요즘 주변 보면 신기한 게, 다들 연애를 그냥 자연재해처럼 겪더라. 나는 비 맞을 우산도 없는데 누구는 폭우 속에서도 잘만 사귀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그럼. 솔직히 예전엔 연애만 하면 인생이 자동으로 좀 정리될 줄 알았음. 퇴근하고 연락할 사람 있고, 주말에 어디 갈지 고민하고, 겨울 되면 괜히 혼자 편의점 군고구마 안 사 먹어도 되고. 근데 나이 먹을수록 연애는 이벤트가 아니라 생활이라는 말이 좀 와닿더라. 문제는 나는 아직 이벤트 티켓도 못 끊어봄. 모태솔로 경력만 착실히 쌓는 중.
소개팅도 몇 번 나가봤는데, 집 나서기 전엔 “오늘은 진짜 담백하게 간다” 해놓고 막상 앉으면 머릿속이 하얘짐. 상대가 웃으면 아 내가 실수 안 했나 보다 싶고, 정적 생기면 갑자기 물도 많이 마시게 됨. 그러다 집 와서 카톡창 보면서 복기함. “그때 그 말 왜 했지?” “그 얘기 말고 다른 얘기할걸.” 거의 연애가 아니라 시험 오답노트 느낌. 그래서 가끔은 내가 연애를 너무 큰 걸로 생각하나 싶기도 함. 사람 만나는 건데, 혼자 의미부여 풀옵션 걸고 들어가니까 더 어색해지는 듯.
결혼 얘기는 더 묘함. 어릴 땐 그냥 좋은 사람 만나면 자연스럽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굴러가는 게 아니더라. 생활 패턴, 돈 생각, 가족 문제, 성격, 체력까지 다 묶여 있는 느낌. 그래서 더 함부로 말 못 하겠음. 누군가랑 같이 산다는 건 로맨틱한 장면 몇 개보다, 평범한 날을 얼마나 덜 피곤하게 같이 버티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음. 근데 또 한편으론, 그런 평범함을 같이 할 사람이 있으면 진짜 든든하긴 하겠다는 생각도 듦. 혼자 배달 시켜놓고 “최소주문금액”이랑 싸울 때 특히.
그래서 요즘 내 솔직한 생각은 이거임. 연애도 결혼도 무조건 해야 하는 숙제는 아닌데, 그렇다고 쿨한 척 “난 혼자가 편함” 이러기엔 나는 너무 자주 외로움. 다만 누굴 만나기 전에 나부터 좀 덜 경직돼야 할 것 같음. 잘 보이려고 애쓰다가 오히려 내 원래 모습이 사라지는 게 제일 별로더라. 여기 형들은 어느 순간부터 연애를 덜 무겁게 보게 됐음? 소개팅 나갈 때 머릿속 오답노트 자동 생성되는 거, 이거 나만 이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