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팀 정리하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 나만 그런 거 아니지? 분명 시작할 때는 “와 이건 주말 순삭이다” 해놓고 어느 순간 딱 멈춘 작품들 있음. 재미가 없어서 접은 것도 아닌데 그냥 흐름 끊기면 다시 손이 안 가는 애들. 난 이런 게 은근 많더라. 특히 학교 과제 몰릴 때 한 번 템포 끊기면 그대로 봉인됨. 롤은 그렇게 매일같이 큐 돌리면서 싱글겜은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한지 모르겠음. 진짜 내 의지력이 탑 라인 멘탈급임.

최근엔 딱 그런 게 하나 있었는데, 초반엔 분위기랑 연출 좋아서 밤에 이어폰 끼고 꽤 몰입해서 했거든. 근데 중간쯤 갔을 때 갑자기 다른 게임 친구들이랑 같이 하게 되고, 며칠 안 켰더니 스토리 기억이 반쯤 증발함. “쟤가 왜 화났더라?”, “이 문 왜 못 열었지?” 이 상태 되면 다시 켜도 내가 게임을 하는 건지 복습을 하는 건지 모르겠음. 유튜브로 스토리 정리 보고 이어서 할까 싶다가도, 그럴 바엔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게 낫나 싶고. 근데 또 처음부터 하자니 이미 아는 구간 다시 가는 거 귀찮고. 이쯤 되면 게임이랑 밀당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일방적으로 차인 수준.

특히 오픈월드나 분량 긴 RPG가 좀 심한 듯. 초반엔 맵 열고 서브퀘 깨고 장비 맞추는 맛에 신나는데, 잠깐 쉬는 순간 감정선이랑 조작감이 같이 날아감. 반대로 엔딩 짧은 작품들은 오히려 꾸역꾸역 끝을 보게 되더라. 그래서 요즘은 “이건 재밌는데 지금 멈추면 큰일 난다” 싶은 작품 나오면 괜히 다른 게임 안 켜고 쭉 달리게 됨. 마치 라면 물 올려놓고 랭겜 잡는 짓은 하지 말자는 인생 교훈 같은 거지.

다들 보다가 멈춘 작품 있냐? 그냥 재미없어서 접은 거 말고, 분명 아까웠는데 타이밍 놓쳐서 멈춘 거. 나중에 다시 잡아서 엔딩 본 경우도 있는지 궁금함. 나 같은 사람 은근 많을 것 같은데, 추천받아도 무서워서 긴 작품부터는 손이 떨린다. 재밌어 보여도 “이거 또 중간에 유기하면 어카지”부터 생각나는 거 보면 이미 내 뇌가 게임보다 숙제처럼 받아들이는 듯. 슬픈데 또 웃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