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는 생각인데, 사람은 머리로 사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저는 요새 발가락으로 미래를 예측합니다. 팀장님이 “이번 주에 다 같이 한잔하자” 하는 순간, 제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먼저 “큰일 났다”는 표정을 지어요. 남들은 회식 공지 뜨면 메뉴부터 보는데 저는 물 많이 마실 수 있는 자리인지부터 봅니다. 한때는 고기 나오면 제일 신났는데, 이제는 고기보다 다음날 아침 계단이 더 무섭네요. 진짜 회사 생활 오래 하다 보니 연차보다 요산 수치가 더 체감되는 나이가 온 것 같음.
특히 웃긴 건 회식이 싫은 건 아닌데 몸이 자꾸 반대파라는 거예요. 분위기 좋고, 오랜만에 다 같이 웃고 떠드는 것도 좋고, 적당히 먹으면 괜찮을 때도 있긴 하거든요. 근데 “적당히”가 제일 어려운 단어 아닙니까. 1차에서 끝내면 될 걸 꼭 누가 “간단하게 2차만” 이래요. 한국어에서 제일 위험한 표현 중 하나라고 봄. 간단하게 2차 갔다가 다음날 저는 간단하지 않게 절뚝거립니다. 그 와중에 주변에서 “맥주만 피하면 괜찮지 않냐” “이건 몸에 덜 부담되지 않냐” 이런 말 많이 하는데,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서 함부로 믿고 달리기도 애매하더라고요. 결국 저한테 맞는 선을 찾는 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그래서 요즘은 약간 생활이 웃프게 바뀌었습니다. 예전엔 맛집 저장했는데 지금은 회식 다음날 일정부터 확인하고, 물병 챙기고, 괜히 덜 먹는 척 아닌 척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노력 해도 컨디션이 한 번 꼬이면 멘탈까지 같이 꺾인다는 거죠. 아프면 괜히 성격도 예민해지고, “내가 이 나이에 치킨 한 조각 먹고 눈치 봐야 하나” 싶어서 좀 서글퍼집니다. 근데 또 완전히 끊고 살자니 사회생활이 있잖아요. 먹는 즐거움도 포기하기 싫고. 결국 인생이란 회식 참석 버튼과 통풍 리스크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것인가 싶음.
다들 이런 거 어떻게 조절하세요? 회식 많은 직장인들 중에 나름 덜 힘들게 버티는 루틴 있는지 궁금합니다. 물 많이 마시는 거, 천천히 먹는 거, 아예 시작 전에 조심하는 거 정도는 해보는 중인데 이것도 케바케인 것 같더라고요. 그냥 요즘은 “건강은 미니멀하게 잃고 싶다” 이 생각만 자꾸 듭니다. 이미 인내심은 많이 잃었으니 발가락 평화만이라도 지키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