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진짜 주방가전 욕심 없는 편이었거든요. 밥은 밥솥이 하고, 프라이팬 있으면 되고, 아 근데 그러고보니 예전에 홈쇼핑 보고 별별 거 다 사고 처박아둔 적은 있었네요 ㅠㅠ 아무튼 에어프라이어는 끝까지 안 샀어요. 자리 차지하지, 씻기 귀찮지, 결국 두세 번 쓰고 말겠지 싶어서. 근데 작년쯤인가 친구 집 갔다가 냉동만두 돌린 거 먹어보고 좀 흔들렸어요. 아니 만두가 왜 이렇게 바삭하지 싶더라고요. 저는 그때까지 전자레인지 만두가 원래 살짝 축축한 음식인 줄 알았음 ㅋㅋ

그래서 결국 샀거든요. 그것도 작은 거 말고 괜히 넉넉해야 된다 싶어서 큰 걸로 샀어요. 그날 카드 긁고 집에 오는데 약간 현타 왔어요. 내가 이걸 왜 샀지, 또 부피 큰 거 들였네 싶어서. 박스 뜯으면서도 솔직히 후회했어요. 주방이 넓은 집도 아닌데 자리를 떡 차지하니까 눈에 너무 거슬리는 거예요. 아 근데 그러고보니 저희 집 싱크대 옆 자투리 공간이 원래 애매했는데 거기 딱 들어가긴 하더라고요. 이런 거에 또 괜히 운명 느끼고 그럼

근데 첫날 냉동고등어 구워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원래 생선 굽는 날은 집안에 냄새 배고 프라이팬 닦는 것도 일이고, 기름 튀는 거 스트레스라 잘 안 했거든요. 근데 이건 넣고 시간 맞추면 끝이니까 너무 편한 거예요. 껍질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하고, 제가 한 거 맞나 싶을 정도였어요. 그 뒤로 닭봉, 버섯, 돈까스, 군고구마까지 계속 넣어봤는데 다 평균 이상은 하더라고요. 저는 특히 군고구마 때문에 본전 뽑았다 싶어요. 겨울마다 냄비로 하다가 한두 개 태워먹고 그랬는데 이제 그런 거 없음 ㅋㅋ

제일 좋은 건 제가 덜 귀찮아졌다는 거예요. 요리 실력이 갑자기 늘었다기보다, 귀찮아서 안 하던 걸 하게 됐어요. 이게 크더라고요. 아 근데 그러고보니 저 원래 저녁 대충 때우는 날 많았는데 에어프라이어 사고 나서는 냉장고 뒤적여서 뭐라도 넣게 됐어요. 남은 튀김 데우는 것도 미쳤고 식빵 올려서 간단히 피자처럼 해먹는 것도 자주 해요. 이런 말 하면 또 너무 호들갑 같긴 한데 저는 진짜 만족이에요. 오랜만에 돈 쓴 거 안 아까운 물건이었어요.

단점? 저는 사실 별로 생각 안 나요. 크다, 소리 난다, 바구니 씻기 귀찮다 이런 건 처음 며칠만 신경 쓰였고 지금은 그냥 일상이 됐어요. 괜히 고민 오래 했나 싶음. 저처럼 사기 전에 별생각 다 하는 스타일이면 그냥 큰맘 먹고 사도 되겠다 싶어요. 아 근데 또 제가 한 얘기 반복하네 ㅋㅋ 아무튼 저는 만족 쪽이에요. 드물게 진짜 잘 샀다 싶은 거 있잖아요, 저한텐 이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