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과 설사, 혈변이 반복되지만 진통제로 통증만 가라앉히며 일상을 버티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이 적지 않다. 증상이 심해질 때마다 약국에서 구한 진통제로 통증을 억누르고 지나가는 방식은 당장은 편해 보일 수 있지만, 질환의 특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병의 진행을 늦추기는커녕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염증성 장질환은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포함하는 만성 염증 질환으로, 장 점막에 지속적인 염증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통증의 강도와 염증의 정도가 항상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증이 줄었다고 해서 염증이 가라앉은 것은 아니며, 진통제는 염증 자체를 치료하지 못한 채 통증 신호만 차단한다. 이로 인해 환자는 병이 조절되고 있다고 오해하기 쉽다.
특히 일부 소염진통제는 장 점막을 자극해 염증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장벽이 약해진 상태에서 진통제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출혈이나 궤양 위험이 커지고, 장 협착이나 천공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통증을 참기 위해 선택한 약이 장에는 더 큰 부담이 되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