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저는 혼밥 자체를 되게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사람 많은 데서 정신없이 먹는 것보다, 조용한 시간에 제가 먹고 싶은 거 골라서 천천히 먹는 게 훨씬 맞더라고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맛있다” 하고 끝내는 게 아쉬워서, 식사 끝나고 동네를 조금씩 걸으면서 골목 구경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이게 하다 보니까 거의 취미가 됐습니다. 밥 한 끼 제대로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슬슬 걷는데 작은 카페 간판, 반찬가게, 오래된 분식집 같은 게 눈에 자꾸 들어와요. 마치 숨은 메뉴 찾듯이 동네가 새롭게 보여서 은근 재밌어요.

특히 혼자 살면 집-회사-집 루틴이 너무 똑같아지잖아요. 근데 맛집 하나 찍고 그 주변 골목까지 천천히 돌아보면 하루가 좀 길어지는 느낌이 있어요. 얼마 전에는 김치찌개 잘하는 집 갔다가, 국물에서 푹 익은 김치 냄새가 확 올라오는데 거기에 두부까지 잔뜩 들어 있어서 완전 만족했거든요. 배부르게 먹고 나와서 옆 골목으로 빠졌는데, 생각보다 작은 빵집이 하나 있더라고요. 버터 냄새가 문틈으로 새어나오는데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어서 다음날 다시 갔습니다. 이런 식으로 밥이 출발점이 되고, 산책이 이어지고, 또 다음 끼니 후보가 생기는 흐름이 은근 중독성 있어요.

이 취미의 좋은 점은 돈이 크게 안 들면서도 혼자 보내는 시간이 덜 심심하다는 거예요. 괜히 사진도 한두 장 찍어두고, “여긴 다음에 비 오는 날 와야겠다” 같은 생각도 하게 되고요. 소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물론 제가 전문가도 아니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밥 먹고 바로 집에 누워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개운한 느낌은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혼자 논다고 해서 꼭 심심하거나 쓸쓸한 건 아니라는 걸 새삼 느끼고 있어요. 오히려 누구 눈치 안 보고 제 페이스로 맛이랑 분위기를 다 챙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혹시 자취하시는 분들 중에 저처럼 혼밥 좋아하시는 분 있나요? 다들 밥 먹고 나서 이어지는 혼자만의 루틴 같은 게 있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요즘 아예 “오늘은 뭘 먹고 어느 골목까지 걸을까” 이 생각으로 하루 중 작은 재미를 만들고 있습니다. 괜찮은 동네 산책 코스나 혼밥 후 들르기 좋은 곳 있으면 추천도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