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저는 혼밥 자체를 꽤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사람 많은 데서 북적이는 것보다, 애매한 시간에 슬쩍 들어가서 조용히 한 끼 먹고 나오는 게 훨씬 편하더라고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먹고 끝나는 게 아니라, “아 이 집은 왜 자꾸 생각나지?” 싶은 포인트를 하나씩 적기 시작했어요. 국밥집은 깍두기 익은 정도, 칼국수집은 김치가 칼칼하게 치고 들어오는 타이밍, 돈가스집은 첫입 바삭한 소리까지요. 그렇게 하나둘 적다 보니까 요즘은 맛집 탐방보다 동네 식당 기록하는 재미에 더 빠진 것 같아요.
특히 혼자 다니면 더 잘 보이는 게 있더라고요. 가게 문 열었을 때 확 들어오는 참기름 냄새라든지, 불판 위에 고기 올려질 때 나는 지글거림, 된장찌개에서 끝에 살짝 올라오는 구수한 냄새 같은 거요. 얼마 전에는 허름한 백반집 들어갔는데, 반찬은 엄청 화려한 것도 아닌데 계란말이가 이상하게 집밥처럼 포근했어요. 김은 살짝 눅눅했는데 오히려 그게 정겨웠고, 멸치볶음은 너무 달지 않아서 좋았고요. 이런 걸 메모장에 적어두면 나중에 배고플 때 진짜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사진으로 남기는 거랑 또 다른 맛이 있음.
재밌는 건, 이 취미 생기고 나서 동네 보는 눈도 좀 달라졌다는 거예요. 예전엔 그냥 “저기 식당 있네” 하고 지나갔던 골목인데, 이제는 브레이크타임 종이 붙은 방식이나, 점심 지나고도 손님이 꾸준히 앉아 있는지, 혼자 들어가기 덜 부담스러운 자리 배치인지 이런 걸 먼저 보게 돼요. 혼자 사는 사람들한테는 맛도 맛인데, 편하게 들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진짜 크잖아요. 괜히 사람 바글바글한 데서 혼자 메뉴판 붙잡고 있으면 밥맛 반은 날아가서요.
혹시 여기 계신 분들도 혼자 밥 먹으러 다니면서 생긴 소소한 취미 있나요? 맛집 저장만 하는 분들 말고, 저처럼 메뉴 말고 분위기나 반찬 조합까지 기억하는 분 있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혼밥하기 좋은 집 고를 때 제일 중요하게 보는 포인트도 알고 싶어요. 저는 요즘 음식 맛 다음으로 의자 편한 집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오래 앉아 있다가 천천히 나오기 좋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