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하고 다시 자취 시작했는데, 돈도 아끼고 덜 귀찮게 사는 방법 뭐 없나 계속 찾다가 결국 제일 만족한 건 냉동 소분이었음. 처음엔 그냥 귀찮아서 미뤘거든. 장 봐오면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두고 “이번엔 다 먹겠지” 했는데, 대파는 물러지고 고기는 애매하게 남고, 배달은 또 시키게 되고 이 패턴이 계속 반복됐음. 그래서 어느 날 마음 먹고 대파, 양파, 고기, 볶음밥용 채소 이런 거 한 번에 손질해서 소분해봤는데 생각보다 삶의 질이 꽤 올라가더라.

특히 대파랑 양파가 체감이 컸음. 예전엔 라면 하나 끓일 때도 파 없으면 뭔가 아쉽고, 파 사두면 반은 버렸는데 이제는 썰어서 지퍼백에 얇게 펴서 얼려두니까 그냥 한 줌씩 꺼내 쓰면 끝임. 고기도 한 번 먹을 양으로 나눠서 얼려두니까 해동도 빠르고, “오늘 뭐 먹지”에서 “아 그냥 있는 걸로 볶자”로 바뀌는 게 큼. 나는 카레나 국 같은 것도 한두 번 먹을 만큼만 나눠놓는데, 이게 진짜 바쁜 날 보험처럼 느껴졌음. 배달 한 번 참게 되는 날이 생각보다 많더라.

물론 처음 소분할 때는 좀 귀찮음. 설거지도 나오고 손질할 때 은근 시간 쓰잖아. 근데 그걸 한 번 해두면 평일에 귀찮음이 확 줄어듦. 자취하면서 제일 무서운 게 음식 버리는 거랑 애매하게 남아서 못 먹는 건데, 그게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만족도가 높았음. 냉장고 열었을 때 정리돼 보이는 것도 은근 기분 좋고. 그리고 식재료를 미리 준비해두면 끼니 거르는 것도 조금 덜해져서, 생활 리듬 잡는 데도 도움 될 수 있어요 정도는 말할 수 있을 듯.

혹시 나처럼 자취 다시 시작했거나 맨날 장 본 거 버리는 사람 있으면 냉동 소분 한 번 해봐. 엄청 대단한 팁은 아닌데 직접 해보니까 제일 오래 살아남는 방식이었음. 다들 자취하면서 “이건 해두니까 진짜 편했다” 싶은 거 있냐? 이런 거 은근 소소한데 제일 도움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