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제 취미라고 해봐야 핫딜 게시판 순찰 돌면서 휴지, 세제, 물티슈 뜨는 거 체크하는 정도였거든요. 진짜 생필품 가격만 봐도 하루 컨디션이 달라지는 사람이라... 근데 최근엔 이상하게 그거랑 결이 비슷한 취미에 빠졌어요. 바로 동네 마트랑 생활용품점 가격 비교하면서 저만의 장바구니 루트 짜는 거요. 남들이 들으면 그게 취미냐 할 수도 있는데, 저는 이게 은근 재밌더라고요. 인천 사는 자취러라 괜히 한 번 나갔다 오면 교통비랑 체력까지 계산하게 되는데, 어디는 우유가 싸고 어디는 키친타월이 싸고 이런 거 맞춰서 동선 짜면 묘하게 게임 깨는 느낌 있어요.

처음엔 그냥 “어차피 살 거면 싸게 사자” 이 정도였는데, 하다 보니까 기록하는 맛이 생겼어요. 폰 메모장에 날짜 적어두고, 오늘은 다이소에서 지퍼백 얼마였는지, 마트 PB 두부 얼마였는지 적어놓거든요. 그러다 일주일쯤 지나면 “아 이건 급하게 안 사도 되겠네”, “이건 행사 들어오면 쟁여야겠다” 감이 오더라고요. 예전엔 배달앱 켜서 대충 시켰는데 요즘은 오히려 직접 가서 보는 게 더 재밌어요. 괜히 할인 스티커 붙은 거 발견하면 저 혼자 속보 뜬 것처럼 심장이 빨라짐. 이런 소소한 승리감 때문에 계속 하게 되는 듯해요.

웃긴 건 이 취미 덕분에 집 정리도 조금 나아졌어요. 전에는 싸면 일단 사고 봤는데, 이제는 보관 자리부터 먼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1인가구는 특히 공간이 제일 비싼 거 맞는 것 같아요. 세제 4개 묶음 싸다고 샀다가 베란다 자리 차지하면 그 순간부터 손해 느낌... 그래서 요즘은 가격표 보는 재미 + 우리 집 수납칸 계산하는 재미까지 같이 붙었어요. 취미라기보다 생활 최적화에 가까운가 싶기도 한데, 저는 이런 게 은근 스트레스 풀리네요. 괜히 통장 덜 아픈 기분도 있고요.

혹시 여기 자취하는 분들 중에 저처럼 별거 아닌데 은근 빠진 취미 있는 분 있나요? 요리 말고, 운동 말고, 진짜 생활형 취미요. 저는 다음 단계로는 동네별로 어디가 뭘 제일 싸게 파는지 저만의 지도 만들어볼까 고민 중인데, 이쯤 되면 너무 과몰입인가 싶기도 하네요. 그래도 당분간은 핫딜 사냥하듯 장보기 루트 짜는 재미로 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