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진짜 드라마 영화 엄청 잘 달리는 편인데, 이상하게 끝까지 못 보고 멈춘 작품들이 꼭 하나씩 생기더라. 재미가 아예 없어서 끈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묘하게 내 텐션이랑 안 맞아서 “오늘은 아닌데…” 하다가 그대로 방치된 경우가 더 많았음. 분명 초반엔 캐릭터도 괜찮고 연출도 좋아서 저장까지 해놨는데, 어느 순간 손이 안 감. 그러다 짤로 다시 뜨면 또 괜히 반갑고, “아 나 이거 어디까지 봤더라?” 이러면서 캡처만 한참 봄.

특히 감정선 무거운 작품들이 좀 그랬음. 잘 만든 건 알겠고 배우 연기도 미쳤는데, 퇴근하고 멍한 상태로 보기엔 에너지가 너무 필요한 거임. 한 회 한 회가 나를 붙잡고 늘어지는 느낌이라 집중해서 봐야 되는데, 그 타이밍 놓치면 다시 켜기가 어렵더라. 반대로 너무 잔잔한 작품도 멈춘 적 있음. 분명 분위기 좋고 대사도 예쁜데, 내가 기대한 속도랑 다르면 계속 미루게 됨. 이상하게 이런 건 하차했다기보다 보류했다는 말이 더 맞는 느낌임.

그리고 제일 웃긴 건, 보다 멈춘 작품일수록 나중에 짤이나 움짤로 더 자주 마주친다는 거. 그래서 중요한 장면은 스포 밟고, 정작 본편은 안 본 사람 돼 있음. 표정 연기 미친 장면이나 케미 터지는 투샷 같은 거 보면 다시 달리고 싶다가도, 이미 흐름 끊긴 상태라 첫 화부터 재시작해야 하나 고민하게 됨. 그 귀찮음이 진입장벽임. 나만 이런가? 중간부터 다시 보면 감정이 안 붙고, 처음부터 보면 이미 본 구간이 길어서 또 늘어짐.

혹시 너네는 보다 멈춘 작품 다시 잡는 편임, 아니면 그냥 추억으로 남겨두는 편임? 난 요즘 하나 다시 볼까 말까 계속 고민 중인데, 괜히 건드렸다가 역시 지금도 안 맞네 하고 또 멈출까 봐 망설여짐. 근데 또 언젠가 타이밍 맞으면 술술 넘어가는 작품들도 있잖아. 그런 거 생각하면 하차작 리스트를 완전히 버리진 못하겠음. 너네 기준으로 “이건 초반만 넘기면 된다” 싶은 작품도 있으면 스포 없이 좀 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