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롤 한 판만 하고 자야지 해놓고 꼭 새벽 3시에 유튜브 쇼츠랑 짤 갤 떠돌다가 정신 차리면 해 뜨는 거 나만 그러냐. 어제도 딱 그 루트 탔다가 우연히 본 작품 하나에 꽂혀서 그대로 정주행 박아버림. 원래 저는 뭔가 추천받으면 “오 알겠음” 해놓고 안 보는 스타일인데, 이건 초반 분위기부터 살짝 쎄하더니 뒤로 갈수록 사람 멱살 잡고 안 놔줌. 진짜 오랜만에 “아 이건 내 취향인데?” 소리 혼자 함. 부산이라 비 좀 오면 방에서 컴 켜놓고 이런 거 보기 딱이거든. 그 눅눅한 공기랑 묘하게 잘 어울리는 느낌 있었음.

좋았던 게 억지 감동이나 대놓고 울어라 버튼 누르는 스타일이 아니라, 이상하게 장면 하나하나가 머리에 남는 쪽이었음. 막 화려하게 터뜨리는 맛보다 조용한데 기분 이상해지는 장면 있잖아. 그런 거 좋아하면 꽤 잘 맞을 듯. 저는 원래 게임도 스토리 밀도 있는 거 좋아해서, 대사 한 줄이나 연출 하나가 찌르는 작품에 약한 편인데 이게 딱 그쪽이었음. 괜히 짤 갤에서 장면 캡처 돌아다니는 게 아니더라. 보고 나서 “아 그래서 다들 이 표정짤 쓰는구나” 하고 납득함. 밈으로 소비되는데 본편은 또 생각보다 탄탄해서 그 갭이 더 맛있었음. 약간 겉은 드립인데 속은 진국인 느낌? 한마디로 짤로 시작해서 과몰입으로 끝남.

근데 이런 작품이 은근 취향 타긴 하더라. 제 친구는 “분위기는 좋은데 템포가 느리다” 이러고, 저는 오히려 그 느린 맛 때문에 더 좋았음. 롤로 치면 초반 라인전 조용한데 어느 순간 운영 차이로 게임 기우는 판 보는 맛 같은 거. 화끈하게 한 방 오는 전개 좋아하는 사람은 살짝 답답할 수도 있는데, 서서히 감기는 스타일 좋아하면 꽤 위험함. 괜히 하나만 본다 해놓고 다음 화 자동재생에 영혼 팔림. 이런 거 보면 내가 취향이 확실한 건지 그냥 야식이랑 새벽 감성에 약한 건지 모르겠음.

혹시 여러분도 짤이나 움짤로 먼저 봤다가 본편까지 넘어가서 제대로 치인 작품 있냐. 저는 요즘 그런 거 찾는 재미가 큼. 밈으로 웃기다가 나중엔 진심으로 추천하게 되는 작품들 있잖아. 그런 거 있으면 좀 던져줘라. 주말에 컴 청소도 해야 하는데 또 추천 받으면 청소는 다음 생에 하고 정주행 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