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주말마다 국내여행 다니는 거 진짜 좋아하거든요. 경기 살아서 금요일 밤만 되면 어디 갈지 찾는 게 거의 취미였어요. 근데 결혼 날짜 잡고 나서부터 이상하게 여행 가는 느낌이 완전 달라졌어요. 같은 강릉을 가도 예전엔 바다 보자, 카페 가자, 맛집 어디지 이랬는데 이제는 체크인할 때도 괜히 어색하고... 아 이 사람이 이제 남친이 아니라 곧 남편이구나 싶으니까 갑자기 심장이 이상하게 뛰는 거예요 ㅠㅠ
얼마 전에 1박으로 속초 갔는데, 별거 아닌 순간에 제가 혼자 훅 와버렸어요. 숙소 들어가서 짐 풀다가 남친이 제 화장품 파우치 조심조심 올려두는 거 보고 왜 그렇게 울컥했는지 모르겠어요 ㅋㅋ 평소에도 자상한 사람인 건 알았는데, 그날은 진짜 현실감이 다르게 오더라고요. 아 이제 진짜 같이 살 사람이다... 이런 느낌? 말로 하면 좀 오글거리는데 그땐 진심이었어요.
근데 웃긴 건 설레기만 한 게 아니라 갑자기 낯설어요. 오래 만났는데도요. 차 타고 이동하다가 옆모습 보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싶고, 숙소에서 나란히 누워서 다음날 일정 짜는데 갑자기 너무 진지해 보여서 혼자 멍해지고 그랬어요. 분명 좋아서 결혼하는 건데, 좋아하는 마음이 좀 다른 모양으로 커지는 느낌이라 해야 하나... 괜히 혼자 조용해지고요.
남친은 제가 왜 갑자기 말수 줄었는지 모르니까 피곤하냐고 묻는데, 그 말 듣고 또 괜히 웃기고. 피곤한 게 아니라 너무 실감 나서 그런 건데 그걸 또 어떻게 설명해요 ㅋㅋ 그래서 그냥 바다 보면서 커피 마시다가 슬쩍 손만 더 꽉 잡았어요. 그랬더니 또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편해지더라고요.
저만 이런가요 진짜. 결혼 준비 힘들단 얘긴 많이 들었는데, 저는 지금 그거보다도 평범하게 놀러 갔을 때 갑자기 확 실감 나는 순간들이 더 당황스러워요. 설레서 좋은데, 너무 좋아서 약간 무서운 그 느낌... 요즘 주말여행 갈 때마다 한 번씩 꼭 와요 ㅠㅠ 괜히 저만 유난 떠는 거 같아서 어디 말도 못 했네요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