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 시작하고 나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원래 다 싸우면서 하는 거야”였거든요. 근데 저는 그 말로는 잘 안 넘겨지더라고요. 예랑이랑 크게 성격이 다른 건 알고 있었는데, 막상 식장 잡고 스드메 보고 혼수 얘기 들어가니까 사람이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요. 저는 뭐든 미리 정리해두는 편이라 견적표, 일정표, 부모님 말씀까지 다 메모해놓는데 예랑이는 그때그때 보자 스타일이라 제가 말 꺼낼 때마다 좀 지친 표정을 해요. 그 표정이 요즘 제일 신경 쓰여요 ㅠㅠ

며칠 전엔 예물 얘기하다가 진짜 별거 아닌 걸로 분위기 확 가라앉았어요. 저는 예산선 안에서 빨리 정하고 끝내고 싶었고, 예랑이는 한번 사는 건데 왜 이렇게 급하게 정하냐는 식이었거든요. 저는 급한 게 아니라 이미 일정이 밀리고 있어서 그런 건데, 그걸 또 제가 설명하면 설명할수록 되게 빡빡한 사람처럼 보이는 느낌... 그게 너무 짜증났어요. 그래서 저도 말투가 세졌고, 예랑이는 갑자기 조용해졌고. 집에 와서 카톡 보는데 “네가 맞는 것 같아” 이렇게 와 있는데 그게 사과처럼 안 느껴지고 그냥 대화 끝내자는 말 같아서 더 꽁기했어요.

사실 제가 원하는 건 비싼 예물도 아니고 로맨틱한 이벤트도 아니고, 그냥 같이 준비하는 티였어요. 같이 알아봐주고, 제가 왜 예민해졌는지 좀 봐주고, 최소한 귀찮아하는 얼굴만 안 했으면 좋겠는 거요. 근데 이게 말로 하면 또 제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사람 되는 분위기라서, 요즘은 말 꺼내기도 싫어져요. 준비할 건 산더미인데 자꾸 제 마음만 혼자 앞서가니까 괜히 서럽고요. 결혼이 코앞인데 행복해야 한다는 압박까지 있어서 더 이상함 ㅋㅋ

오늘도 웨딩홀 잔금 일정 확인하다가 갑자기 울컥했어요. 내가 지금 돈이 아까워서 이러는 것도 아니고, 결혼식이 완벽해야 해서 이러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제가 계산적이고 예민한 사람처럼 되는지 모르겠어요. 원래 하던 제 방식대로 움직이는 건데, 결혼 준비 들어오니까 그게 단점 취급받는 느낌? 예랑이가 저를 나쁘게 생각하는 건 아닐 텐데 요즘 자꾸 그런 쪽으로 받아들이게 돼요. 별거 아닌 거에 상처받는 제가 피곤한데, 또 진짜 별거 아닌 건 아닌 것 같고... 요즘 계속 그 사이에서 혼자 맴도는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