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진짜 어이없는 걸 봤네요. 다들 결혼은 집안일, 부부 사이 일이라고 분리해서 생각하던데 그건 너무 1차원적 사고예요.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 사회적 동물이거든요. 이건 상식인데. 저희 팀에 결혼 3년 차 대리가 하나 있는데, 어느 날부터 말끝마다 날이 서 있는 거예요. 처음엔 그냥 성격 문제인 줄 알았죠. 근데 관찰해보면 패턴이 딱 나와요. 아침 회의 때 사소한 피드백에도 과민반응, 점심시간엔 폰만 붙들고 있고, 퇴근 직전엔 한숨을 거의 반사적으로 쉼.

제가 그냥 넘기는 타입은 아니라서 커피 마시다 슬쩍 물어봤죠. 무슨 일 있냐고. 처음엔 아니라고 하더니, 조금 지나니까 결국 말하더라고요. 와이프가 이직 준비 중인데 집에서 계속 예민하고, 본인은 회사에서 치이고 들어가면 또 눈치 보이고, 주말엔 장인장모 일정까지 겹쳐서 숨 돌릴 틈이 없다고. 듣는데 솔직히 좀 웃겼어요. 평소엔 자기 되게 이성적인 척했거든요. 근데 정작 결혼 생활 들어가니까 감정에 완전히 휘둘리더라고요 ㅋㅋ

더 웃긴 건 그 다음부터였음. 본인이 힘든 건 힘든 건데 그걸 팀원들한테 무의식적으로 뿌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별것도 아닌 보고서 문장 하나 붙잡고 왜 이렇게 썼냐, 이 표현은 레벨이 떨어진다, 쓸데없이 꼬투리 잡고. 제가 그건 아니지 싶어서 회의 끝나고 따로 얘기했어요. 집에서 꼬인 걸 회사로 가져오면 프로페셔널리즘이 무너진다고. 논문에서도 스트레스 전이가 업무 판단을 흐린다는 얘기 수두룩한데, 본인만 몰랐던 거죠.

며칠 뒤에 술자리에서 또 털어놓는데, 자기도 안다고 하더라고요. 집에서 인정받는 느낌이 없으니까 회사에서 괜히 우위 잡으려 했던 것 같다고. 그 말 듣는데 좀 씁쓸하더군요. 결혼이 사람을 안정시키는 제도라고들 쉽게 말하는데, 실제론 준비 안 된 사람한텐 증폭기예요. 원래 있던 불안, 열등감, 통제욕이 더 선명해짐. 회사에서 그걸 너무 생생하게 봤네요. 그래서 누가 결혼하면 철든다고 하면 전 그냥 속으로 웃습니다. 철은 결혼이 드는 게 아니라 원래 있어야 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