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사람을 4년 만났었거든요. 주변에서는 이제 식장만 잡으면 되겠네 했는데, 정작 저는 이상하게 마음이 안 놓이더라고요. 싸움이 큰 건 없었어요. 바람, 돈문제, 집안 반대 이런 드라마 같은 것도 없었고요. 근데 같이 있는 시간이 편한 거랑 같이 살아도 되겠다 싶은 거는 완전 다른 얘기더라고요 ㅋㅋ
저는 제약회사 영업이라 하루가 좀 들쭉날쭉합니다. 어떤 날은 병원 돌고 늦게 들어가고, 어떤 날은 접대 비슷하게 저녁 약속도 있고요. 그때 그 사람은 늘 서운해했어요. 처음엔 그럴 수 있지 싶었죠. 근데 나중에는 제가 미안해서 맞추는 게 아니라, 그냥 혼날까 봐 눈치 보면서 움직이더라고요. 퇴근하고 전화 한 통 하는 것도 보고처럼 하게 되고요. 아 이건 연애가 아니라 결재라인 타는 기분인데 싶었습니다 ㅠㅠ
결정적으로 한번은 주말에 진짜 아무 생각 없이 각자 쉬자고 했는데, 그게 크게 번졌어요. 저는 쉬자는 말이 진짜 쉬자는 말이었거든요. 근데 상대는 사랑이 식은 신호로 받더라고요. 그날 길게 싸우고 나서 딱 알았어요. 이 사람은 내가 주는 사랑의 양보다 내가 계속 증명해주는 안심이 더 필요한 사람이구나. 근데 저는 그걸 평생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못된 말 같아도, 없는 재주를 있는 척하고 결혼하는 건 사기더라고요.
헤어지고 나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아깝다였어요. 4년이면 아깝죠. 근데 더 아까운 건 아닌데도 되는 척 밀고 가는 거였어요. 연애 오래 했다고 결혼으로 자동 연결되는 거 아니더라고요.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도 생활 리듬, 불안의 크기, 혼자 있는 시간 받아들이는 방식이 안 맞으면 나중엔 정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 옵니다.
지금은 오히려 처음부터 그 부분부터 봐요. 설레는지보다, 이 사람이랑 있으면 내가 덜 작아지는지. 이상하게 그게 맞는 사람은 대화가 화려하진 않아도 숨이 덜 차더라고요. 그때는 그걸 몰라서 오래 만나면 답 나오는 줄 알았네요. 아니었습니다 진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