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 막 시작했을 때 제일 먼저 부딪힌 게 예비신부랑 싸움도 아니고 양가 일정도 아니고, 저희 집 분위기였어요. 저는 그냥 날짜 대충 잡고 식장 알아보고 하나씩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엄마는 시작부터 “그 집은 뭐 해오냐” 이 말부터 꺼내더라고요. 그때부터 머리가 띵했음. 요즘 누가 그런 식으로 얘기하냐 싶었는데 집에서는 아직 그게 엄청 중요한 문제처럼 받아들이는 거예요.
한 번은 저녁 먹다가 예단 얘기 나오는데 아버지까지 옆에서 “우리도 체면이 있는데” 이러시는데 진짜 밥맛이 뚝 떨어졌어요. 체면이 뭐라고 사람 마음을 이렇게 불편하게 하나 싶더라구요. 저는 둘이 잘 살 준비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는데, 집에서는 자꾸 결혼을 집안끼리 기싸움처럼 보는 느낌? 그날은 제가 참다가 “그런 거 따질 거면 결혼 안 할래” 하고 말해버렸어요. 분위기 바로 얼어붙고 ㅋㅋ
근데 더 답답한 건 그 다음이었어요. 엄마는 저한테 서운하다고 하고, 저는 저대로 화나 있고, 중간에서 예비신부는 괜히 눈치 보게 되고. 이게 제일 미안했어요. 당사자는 우리 둘인데 왜 제일 힘든 건 엉뚱한 사람이 겪나 싶어서요. 전화할 때마다 “죄송하다”는 말부터 하게 되는 것도 진짜 싫었고요. 결혼 얘기만 꺼내면 행복한 쪽보다 피곤한 쪽이 먼저 떠오르니까 좀 현타 오더라구요.
며칠 지나고 나서 엄마랑 따로 카페에서 얘기했는데, 결국 엄마도 남한테 무시당할까 봐 그랬던 거더라고요. 그 말 듣고도 저는 그냥 답답했어요. 남이 뭐라고 하든 우리 형편에 맞게 하면 되는 건데 왜 아직도 그 시선에 묶여 사는지. 저는 그날 이후로 집에서 결혼 얘기 나오면 최대한 짧게 끝내고, 선 넘는 말 나오면 바로 자르기로 했어요. 좋게좋게 넘어가려다가 더 꼬이는 거 한 번 겪고 나니까 이제 못 하겠더라구요.
결혼 준비가 원래 이런 건가 싶다가도, 가끔은 진짜 가족이 제일 어렵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알겠어요. 남보다 편해야 하는데 오히려 제일 조심해야 하고, 제일 설명 많이 해야 하고. 아직도 생각하면 좀 답답함 ㅠㅠ 그래도 그때 한 번 세게 말한 뒤로는 예전처럼 대놓고 얘기하진 않아서 그걸로 버티는 중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