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오래 쉬다가 주변에서 하도 등 떠밀어서 소개팅을 받았었거든요. 직업 말하면 다들 번듯해 보인다고 하는데, 막상 앉아보면 그게 별 도움은 없더라고요 ㅋㅋ 첫 만남은 무난했어요.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주말엔 뭐 하냐 이런 얘기. 저도 나이 먹을 만큼 먹었으니 괜히 밀당 같은 거 안 하고, 괜찮으면 괜찮다 티를 내는 편이거든요. 시간 더 빼지 말자는 쪽이라서요.

문제는 세 번째 만남쯤에 나오더라고요. 상대가 저를 계속 떠보는 느낌이었어요. 집은 자가냐, 부모님 노후는 준비돼 있냐, 회사는 얼마나 다닐 거냐. 대놓고 계산기 두드리는 사람 처음 본 건 아닌데, 이날은 좀 노골적이더라고요. 제가 영업해서 그런지 사람 표정 보는 건 좀 압니다. 궁금해서 묻는 얼굴이랑, 조건표 채우는 얼굴은 다르거든요.

그래서 저도 장난스럽게 넘겨봤죠. “아이고 면접이면 넥타이 더 단정하게 매고 올걸 그랬네요” 했는데, 웃긴 했어도 질문은 안 멈추더라고요. 그때 딱 식었습니다. 제가 대단한 순정파라서가 아니고, 적어도 사람한테 호감이 있으면 말투에 온도가 있잖아요. 근데 그분은 저라는 사람보다, 제 뒤에 붙은 옵션을 보시는 것 같았어요. 그걸 눈치채고 나니까 커피 맛도 없고 시간도 아깝고 ㅠㅠ

집 가는 길에 메시지가 왔어요. “다음엔 어디서 볼까요?” 저는 거기서 더 끌고 가는 게 서로 예의 아닌 것 같아서 그냥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연애를 너무 실무적으로 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 여기까지가 맞을 것 같습니다”라고요. 좀 재수 없게 들렸을 수도 있는데, 솔직히 그날은 저도 기분이 별로였어요. 좋게 포장할 힘이 없더라고요.

그 뒤로 느낀 건 하나예요. 나이 들면 다들 현실 본다, 조건 본다 하는데 저는 그 분위기 나는 순간 바로 못 하겠더라고요. 차라리 대놓고 까칠한 사람이 낫지, 웃으면서 사람 값 매기는 느낌은 진짜 못 견디겠습니다. 제가 유난일 수도 있는데 뭐 어쩌겠어요 ㅋㅋ 그래서 아직도 혼자입니다. 근데 그날 억지로 이어갔으면 더 피곤했을 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