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길게 했어요. 이제 주변에서는 슬슬 결혼 얘기 나올 만하다고 보고, 저도 나이 때문에 아예 외면할 수는 없더라고요. 재택으로 일하다 보니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가, 예전엔 넘기던 생각이 요즘은 더 또렷하게 남아요. 이 사람이랑 계속 가는 거랑, 결혼해서 같이 사는 거랑은 진짜 다른 문제구나 싶고요.

문제는 남친이 결혼 얘기만 나오면 갑자기 말수가 확 줄어요. 평소엔 연락도 잘 하고 저 챙기는 편인데, 이상하게 그 얘기만 꺼내면 "좀 더 벌고", "상황 보고", "급할 거 없잖아" 이런 식으로 끝내요. 처음엔 저도 이해했어요. 다들 사정이 있으니까. 근데 그게 한두 번이 아니고 몇 달째 반복되니까, 이건 사정이 아니라 그냥 피하는 거 아닌가 싶더라구요.

얼마 전엔 제가 먼저 날짜 비슷한 거라도 생각해본 적 있냐고 물었거든요. 진짜 다정하게 물어봤어요. 압박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근데 한숨부터 쉬는 거예요 ㅠㅠ 그 순간 좀 식었어요. 내가 무리한 걸 요구한 사람처럼 되는 느낌? 결혼을 당장 하자는 것도 아닌데, 대화 자체가 안 되는 게 제일 답답했어요.

더 서운한 건, 저 혼자만 현실적으로 움직이는 기분이 들 때예요. 저는 일 특성상 수입도 들쭉날쭉해서 더 빨리 기준을 세우고 싶거든요. 어디서 살 건지, 돈은 어느 정도 모아야 하는지, 서로 부모님 생각은 어떤지. 이런 걸 같이 보는 게 관계가 앞으로 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지금 편한 상태만 유지하고 싶은 것 같아요. 사랑하냐 아니냐보다, 나랑 같은 방향을 보고 있냐가 더 크게 걸리네요.

그래서 요즘은 괜히 연락 한 번에도 마음이 왔다 갔다 해요. 잘해주면 또 괜찮은가 싶다가도, 결국 중요한 얘기 앞에서는 숨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고요. 예전엔 오래 만났다는 사실이 든든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시간만 쌓인 느낌이에요. 길게 만난 게 답은 아니구나... 이런 생각 자꾸 하게 돼요 ㅋㅋ 진짜 별거 아닌 하루에도 괜히 혼자 계산기 두드리듯 생각만 많아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