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전에는 회사 사람들이랑 하루 종일 붙어 있으니까 사람 만나는 게 당연한 줄 알았어요. 근데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인간관계라는 게 참 묘하더라고요. 연락 자주 하던 사람들도 막상 제가 회사에서 빠지니까 자연스럽게 뜸해지고, 반대로 예전엔 그냥 스쳐 지나가던 동네 아빠들이랑은 유모차 앞에서 날씨 얘기, 분유 얘기, 잠투정 얘기하면서 괜히 금방 친해지고요. 사람 사이가 깊이로 이어진 건지, 상황으로 이어진 건지 문득 생각하게 됐습니다.

사실 제일 고민되는 건 친구들 만날 때예요. 다들 일 얘기, 승진 얘기, 이직 얘기하는데 저는 오늘 낮잠을 20분 더 재웠다, 이유식을 반 숟갈 더 먹였다 이런 게 제 하루 최대 업적이거든요. 물론 저는 이 생활이 나름 재밌어요. 애 표정 하나에도 빵 터지고, 아내랑 교대하듯 하루 버티는 것도 전우애 비슷한 게 생기고요. 그런데 가끔은 제가 대화 주제에서 밀리는 느낌? 세상은 계속 굴러가는데 저만 잠깐 옆으로 비켜난 기분이 들 때가 있더라고요.

더 웃긴 건 주변 반응도 극과 극이라는 겁니다. “좋겠다, 쉬네?” 하는 사람도 있고, “대단하다”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저는 하나도 안 쉬고 있거든요. 쉬는 건커녕 화장실도 눈치 보고 가는데 말이죠.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들한테 제 상황을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나 싶어요. 너무 말하면 징징대는 것 같고, 그냥 넘기면 쉽게 보는 것 같고. 적당한 거리감이라는 게 원래도 어렵지만, 육아휴직 중엔 더 어렵네요.

혹시 저처럼 육아휴직하면서 인간관계 달라졌다고 느끼신 분 있나요? 예전 친구들이랑 텐션 안 맞는 거, 너무 제가 예민한 건지 궁금하네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연스럽게 맞춰질 수도 있어요. 아니면 이 시기에 맞는 관계가 따로 생기는 걸 수도 있고요. 다들 어떻게 지나오셨는지, 너무 무겁지 않게 듣고 싶습니다. 저도 오늘은 아기 재우다 같이 잘 뻔한 거 겨우 살아 돌아와서, 사람 얘기 좀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