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들어오기 전에는 직장이 그냥 엑셀과 커피로만 굴러가는 곳인 줄 알았거든. 근데 막상 다녀보니까 업무보다 더 어려운 게 사람 사이 거리감인 것 같음. 나는 원래도 모태솔로 경력직이라 여직원이랑 말할 때 괜히 목소리 한 톤 올라가고, 안 그래도 평소에 어색한데 회사에서는 그 어색함이 4K로 확대됨. 얼마 전엔 팀원이 “까망씨 오늘 기분 좋아 보여요” 이랬는데, 그 말 한마디에 혼자 의미부여하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그냥 점심 메뉴에 돈까스 나와서 표정이 밝아 보였던 거였음. 역시 내 인생 최대 라이벌은 현실 감각이다.
며칠 전에는 더 웃긴 일 있었음. 옆팀 분이 프린터 안 된다고 해서 내가 괜히 아는 척하면서 봐드리겠다고 나섰거든. 사실 속으로는 “드디어 회사판 소개팅인가” 이러고 있었는데, 결과는 케이블 하나 제대로 안 꽂혀 있던 거였음. 그거 꽂아드리고 끝이었으면 괜찮았는데, 내가 긴장해서 “이제 제 마음처럼 출력도 잘 되실 겁니다” 같은 개소리를 할 뻔해서 입술 깨물고 겨우 참음. 다행히 실제로는 “아 이제 되네요” 하고 끝났는데, 집 와서 씻다가 갑자기 그 장면 생각나서 혼자 이불 발로 참. 사람 안 변한다 진짜.
근데 회사라는 데가 더 잔인한 게, 다들 연애 얘기를 너무 자연스럽게 함. 점심 먹다가 “주말에 남친이랑 어디 갔다” “여친이 이거 사줬다” 이런 얘기 나오면 나는 숟가락만 붙잡고 국에 내 미래를 비춰보게 됨. 없는 경험을 있는 척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티 나게 조용하면 더 이상해 보여서 가끔은 “아 저는 주말에 침대랑 진지한 관계 유지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조 개그 치는데, 다들 웃긴 웃는데 내 속은 안 웃김. 웃긴 건 분명 내가 말했는데 피해는 왜 내가 보는지 모르겠음.
여기서 궁금한 게 있음. 회사에서 이성 동료랑 그냥 안 어색하게 친해지는 방법이 뭐냐. 연애 각 재겠다는 거창한 거 말고, 일단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법부터 배우고 싶음. 괜히 혼자 과해졌다가 회사 생활만 더 난이도 올라갈까 봐 그것도 무섭고. 다들 직장에서 이런 민망한 흑역사 하나쯤은 있었냐? 나만 회사에서 사회성 베타테스트 중인 거 아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