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까망인데 오늘 회사에서 진짜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한 거 같아서 좀 쪽팔려서 글 써봄. 원래 모태솔로가 별거 아닌 말 한마디에도 의미부여 잘하잖아. 나도 안 그러려고 맨날 정신줄 붙잡고 다니는데, 오늘 결국 또 터졌음. 점심시간 끝나고 자리 와보니까 내 책상 위에 커피가 하나 있는 거임. 메모도 없고 그냥 내가 평소 마시는 걸로 딱. 순간 심장 박동수 올라가더라. "뭐지? 드디어 회사 생활 3년 만에 나한테도 봄이?" 이 생각부터 함. 진짜 인간적으로 그 10초는 연애 갤 주인공이었음.
근데 문제는 내가 그 커피 들고 괜히 주변 눈치 보면서 누가 준 건지 추리 시작했다는 거임. 옆팀 분이 아까 나한테 자료 잘 정리했다고 웃으면서 말해줬던 것도 생각나고, 지난주에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먼저 인사해준 것도 갑자기 복선처럼 느껴지고. 혼자 서사 만들고 있었음. 심지어 화장실 거울 보면서 "야 까망아 너무 티 내지 마라" 이지랄함. 모태솔로는 상상력만 영화감독급이라니까.
근데 한 시간쯤 뒤에 팀장님이 오더니 "까망 씨, 제가 회의 들어가느라 잠깐 책상에 올려둔 커피 못 봤어요?" 이러는 거임. 끝. 내 로맨스 시나리오 상영 1시간 만에 조기종영. 심지어 그 커피 내 것도 아니었음. 그냥 팀장님이 편의점 봉투 두 개 들고 오다가 내 자리 위에 잠깐 올려둔 거였대. 나는 이미 속으로 사내연애 1화까지 찍었는데 현실은 팀장님 아이스라떼 보관소였던 거지. 그 뒤로 커피 돌려드리면서 표정관리 하느라 진짜 힘들었다. 괜히 "아 전 누가 두고 가신 줄 알았네요" 했는데, 팀장님이 "왜요? 누가 주길 바랐어요?" 하고 웃더라. 사람 하나 사회적으로 죽이기 딱 좋은 멘트였음.
근데 이쯤 되니까 궁금해짐. 다들 회사에서 이런 혼자만의 망상 한 번쯤 해보지 않냐? 나만 유독 의미부여 과한 건가. 연애 세포가 휴면 상태였다가 작은 친절에도 과호흡 오는 타입이라 좀 줄여야 될 것 같긴 한데, 또 사람 마음이라는 게 원래 기대도 좀 하고 그러는 거 아니냐. 아무튼 오늘 배운 건 하나임. 직장 내 두근거림의 90퍼는 내 착각이고, 나머지 10퍼도 대체로 택배 아니면 팀장님 커피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