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올라가던 창가에 더는 오르지 않고 소파 앞에서 한참 망설이는 고양이를 보면 나이가 들어 게을러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점프를 줄이고 낮은 곳에 머무는 변화는 관절 통증 때문에 생길 수 있다.
고양이는 아파도 뚜렷하게 절뚝거리지 않는 경우가 있어 걸음걸이만 보고 통증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골관절염은 관절 연골과 주변 구조에 퇴행성 변화가 생기면서 통증과 움직임의 제한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특히 나이 든 고양이에서 고려해야 하지만, 활동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관절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른 질환이나 스트레스도 행동을 바꿀 수 있어 평소와 달라진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관절이 불편한 고양이는 예전보다 낮게 뛰거나 한 번에 오르던 곳을 여러 단계로 나눠 올라갈 수 있다.
계단을 피하고 놀이 시간이 짧아지거나, 몸을 만질 때 예민하게 반응하는 변화도 나타날 수 있다.
몸을 구부리기 어려워지면 등을 포함한 일부 부위의 그루밍이 줄어 털이 엉키기도 한다.
화장실 밖에 배변하는 행동 역시 단순한 버릇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입구가 높거나 화장실까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면 통증이 있는 고양이에게 출입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배변 실수에는 비뇨기 질환 등 다른 원인도 있으므로 화장실을 바꾸는 것만으로 진료를 대신해서는 안 된다.
동물병원에서는 보호자가 설명하는 행동 변화와 신체검사, 필요에 따른 영상검사 등을 종합해 평가한다.
엑스레이에서 보이는 변화와 통증 정도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어서 집에서의 관찰 정보가 중요하다.
고양이가 평소 걷고 일어나거나 낮은 곳을 오르는 모습을 짧게 촬영해두면 진료에 참고가 될 수 있다.
촬영을 위해 억지로 높은 곳에 올려놓거나 점프를 반복시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장면을 담는 편이 좋다.
생활공간에서는 자주 쉬는 곳과 물·밥그릇, 화장실 사이의 이동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입구가 낮은 화장실을 마련하고, 좋아하는 소파나 창가에는 흔들리지 않는 계단이나 완만한 경사로를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
발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바닥과 발판을 정리하고, 편하게 누울 수 있는 부드러운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고양이는 적절한 체중 관리가 관절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감량 계획은 수의사와 상의해 정해야 한다.
통증 치료 역시 나이와 동반 질환, 복용 중인 약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결정한다.
집에 있는 사람용 진통제나 다른 동물에게 처방된 약을 임의로 먹이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아세트아미노펜은 고양이에게 심각한 독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관절 관리는 점프를 다시 잘하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쉬고 먹고 배변하는 일상이 유지되는지를 살피는 과정이다.
관찰 기록을 진료 전후로 이어가면 치료와 환경 조정 뒤 실제로 어떤 행동이 달라졌는지 수의사와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활동 감소를 노화의 당연한 결과로 넘기지 않고 작은 변화를 기록하면, 드러나지 않던 통증을 평가하고 생활환경을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