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찌르듯 아프면서 다리까지 부었다면
국내 정맥혈전증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연간 54건 수준으로 보고됩니다. 많지 않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장시간 비행기를 타거나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지내다가 갑자기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찌르듯 아프면서 다리도 붓는 순간이 온다면, 이 통계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가슴을 움켜쥐고 부은 다리를 만지며 고통스러워하는 40대 여성 /사진=AI 생성 이미지
호흡곤란, 흉통, 하지부종은 따로 나타날 때는 단순한 피로나 근육통으로 오인되기 쉽지만, 세 가지가 한꺼번에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조합은 폐동맥혈전증의 신호 중 하나로 꼽힙니다. 혈전이 다리 깊은 정맥에서 만들어진 뒤 떨어져 나와 폐로 가는 혈관을 막으면, 숨이 턱 막히는 느낌과 찌르는 듯한 흉통, 다리 쪽 부종이 거의 동시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혈전이 생겨 이동하기까지, 몸 안에서 벌어지는 과정
다리 깊은 곳을 지나는 정맥에서 피가 고여 굳으면 심부정맥혈전증이라고 부릅니다. 이 혈전 중 일부가 혈관벽에서 떨어져 나와 혈류를 따라 심장을 지나 폐로 들어가는 혈관을 막으면 폐동맥혈전증으로 이어집니다. 두 질환은 사실 하나의 과정에서 시작과 끝에 해당합니다.

혈전 생성부터 폐색까지의 과정을 4단계로 보여주는 설명 그림 /사진=AI 생성 이미지
혈액검사에서 D-다이머 수치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수치가 높다고 곧바로 혈전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염증이나 임신, 최근 수술 등 다른 이유로도 올라갈 수 있어 영상검사와 함께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오해 하나, 비행기 안에서만 위험하다는 생각
비행기에 타고 있는 동안에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위험은 비행 후에도 한동안 이어진다는 점이 국외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습니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며 다리 저림을 호소하는 60대 남성 /사진=AI 생성 이미지
장거리 비행을 한 사람은 비행하지 않은 사람보다 혈전 위험이 세 배 가까이 높았고, 그 위험은 비행 직후 2주 사이에 가장 크게 나타나 8주에 걸쳐 서서히 평소 수준으로 가라앉았습니다.[1]
다시 말해 공항을 나설 때까지 아무 증상이 없었다고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며, 최소 2주, 길게는 8주 동안은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이나 흉통, 다리 부종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해 둘, 다리만 안 부으면 안심해도 된다는 생각
양쪽 다리가 똑같이 붓는 증상은 오히려 심장이나 신장 기능과 관련된 경우가 많고, 혈전과 관련된 부종은 한쪽 다리에서만, 유독 뻐근하거나 눌렀을 때 아픈 느낌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정상 다리(좌)와 부종 및 혈전 의심 다리(우)를 비교한 해부도 /사진=AI 생성 이미지
실제로 검사를 진행해보면 다리 부종보다 숨이 가빠지는 증상을 먼저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작은 혈전 조각이 폐로 먼저 이동해 호흡기 증상을 일으킨 뒤에야 다리 쪽 부종이 뒤늦게 눈에 띄는 순서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오해 셋, 위험 요인이 없으면 안전하다는 생각
경구피임약 복용, 장시간 부동자세, 최근 수술이나 골절처럼 잘 알려진 위험 요인이 없다면 안심해도 된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위험 요인의 세기는 제각각이고, 전혀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앉아서 발목 펌프 운동을 하며 예방을 실천하는 30대 여성 /사진=AI 생성 이미지
위험 요인은 발생 위험을 10배 이상 높이는 것부터 2배가 되지 않는 것까지 다양하고, 검사를 해도 전체 환자의 약 3분의 1은 뚜렷한 위험 요인을 찾지 못합니다.[2]
급성기에 3~6개월 정도 항응고제 치료를 받으면 80~90%에서 혈전이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위험 요인이 없던 경우라도 치료를 마친 뒤 5~15% 정도는 재발할 수 있어 위험 요인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완전히 마음을 놓기는 어렵습니다.
하루 동안 실천할 수 있는 숫자 중심 관리법
예방의 핵심은 복잡한 장비나 약물이 아니라 앉아 있는 시간을 끊어주는 습관에 가깝습니다. 구체적인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책상 앞이든 비행기 좌석이든 1시간에 한 번은 일어나 다리를 펴거나 가볍게 걷기
- 앉은 상태라면 발목을 위아래로 20회 정도 움직여 종아리 근육을 펌프처럼 쓰기
- 장거리 이동 중에는 물을 자주 마셔 혈액이 끈적해지는 것을 줄이기
- 꽉 끼는 바지보다 압박스타킹을 활용해 다리 쪽 혈류를 돕기
증상 양상에 따라 달라지는 판단 기준
며칠째 특정 자세를 오래 취했고 한쪽 다리만 붓고 열감이 있는 경우에는 혈전 쪽 가능성을 더 염두에 두는 판단이 맞고, 양쪽 다리가 전체적으로 붓고 호흡곤란 없이 하루 안에 가라앉는 경우라면 단순 부종에 가까운 판단이 맞습니다.
호흡곤란과 흉통이 응급 신호로 이어지는 기준
다음과 같은 양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에는 빠른 의학적 평가가 필요한 신호로 알려져 있습니다. 갑자기 숨이 턱 막히면서 어지럽거나 실신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찌르듯 아플 때, 한쪽 다리가 갑자기 붓고 열감이 동반될 때가 대표적입니다.
세 증상이 교과서처럼 한꺼번에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어, 한두 가지만 두드러지더라도 평소와 다른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