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서 등까지 찢어지듯 뻗치는 통증,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사람들
자려고 눕는 순간 가슴 한복판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시작되고, 몇 분 사이에 그 통증이 등 쪽으로 뻗쳐나가는 상황이라면 단순한 근육통이나 담 걸림과는 다른 가능성을 먼저 떠올려야 합니다. 실제로 가슴 통증이 등까지 찢어지듯 뻗쳐요라는 표현은 대동맥박리를 의심하게 하는 가장 전형적인 묘사 중 하나로 꼽힙니다.

가슴을 움켜쥐며 등까지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호소하는 70대 남성 /사진=AI 생성 이미지
이 질환은 특정 연령대나 성별에 국한되지 않지만, 오랜 기간 고혈압을 앓아온 경우나 가까운 가족 중 대동맥 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위험이 눈에 띄게 높아집니다. 마르팡증후군이나 엘러스-단로스증후군처럼 혈관벽 자체가 약하게 태어나는 결합조직질환, 선천성으로 대동맥판막이 두 개의 첨판으로 이루어진 경우도 같은 맥락에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추운 환경에서 혈압이 급격하게 치솟는 상황이 반복되면 이미 약해져 있던 혈관벽에 가해지는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혈관벽이 찢어지면 심장과 뇌, 신장까지 함께 흔들리는 이유
대동맥은 안쪽의 내막과 중간의 중막, 가장 바깥의 외막이라는 세 겹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내막에 작은 손상이 생기면 그 틈으로 혈류가 들어가 중막 사이를 비집고 퍼지면서 원래의 혈류 통로와는 다른 '거짓 통로'가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이 바로 대동맥박리입니다.

혈관벽이 찢어져 이중 구조로 변한 대동맥의 단면 해부도 /사진=AI 생성 이미지
문제는 이 거짓 통로가 뻗어나가는 방향에 따라 피해를 보는 장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관상동맥 쪽으로 번지면 심장 근육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 심근경색과 비슷한 상태가 나타날 수 있고, 목 쪽 혈관으로 이어지면 뇌로 가는 혈류가 끊겨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뇌졸중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신장동맥이 눌리면 소변량이 줄거나 급성신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하지로 가는 혈관이 막히면 다리가 차갑고 창백해지면서 통증이 심해지는 급성 하지 허혈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대동맥박리는 한 곳의 혈관 문제로 끝나지 않고 심장·뇌·신장·하지 혈류를 동시에 위협하는 전신 질환입니다.
급성기 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혈관 전체의 약화 경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구간의 혈관벽 역시 함께 약해져 있을 가능성이 남아 있어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합니다.
국내 10개 기관이 참여한 등록연구에서는 발병 후 평균 42.8개월을 추적했을 때 누적 사건 발생률이 22.9%, 사망률이 10.1%로 나타났습니다.[1]
이는 대동맥박리가 급성기만 넘기면 끝나는 병이 아니라 이후에도 꾸준히 지켜봐야 하는 혈관질환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집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신호와 그 한계
통증과 함께 나타나는 몇 가지 신체 신호는 상태를 가늠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변화가 동시에 나타난다면 단순한 통증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집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전자동 혈압계와 팔 /사진=AI 생성 이미지
- 양쪽 팔의 혈압을 같이 측정했을 때 수치 차이가 평소보다 크게 느껴지는 경우
- 한쪽 팔이나 다리의 맥박이 유독 약하거나 잘 잡히지 않는 경우
- 통증과 함께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일시적으로 시야가 흐려지는 경우
- 식은땀과 극심한 호흡곤란이 통증과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
다만 양팔 혈압차나 맥박 차이는 보조적인 참고 지표일 뿐, 측정 조건에 따라 쉽게 달라질 수 있어 이것만으로 진단을 확정하거나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신호가 있다면 자가 판단보다 즉시 응급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단 이후 시기별로 달라지는 혈압·생활 관리 수치
급성기 치료를 마친 뒤에는 시기에 따라 관리의 초점이 달라집니다. 진단 후 1~2주 사이에는 혈압과 심박수를 수시로 확인하며 급격한 변화가 없는지 살피는 것이 우선이며, 이 시기에는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힘을 많이 주는 동작을 가능한 한 피해야 합니다.

정상 혈관과 딱딱하게 좁아진 혈관의 단면 비교 /사진=AI 생성 이미지
이후 1~3개월 동안은 약물로 혈압을 수축기 120mmHg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조정하는 경우가 많고, 베타차단제 계열 약물이 흔히 사용됩니다. 하루 염분 섭취량을 5g 이하로 줄이고, 걷기 같은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주 3~5회, 회당 20~30분 정도로 늘려가는 것이 일반적인 권고입니다.
6개월 이후부터는 10kg 이상의 물건을 들어 올리는 동작이나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주는 습관, 흡연처럼 혈압을 순간적으로 치솟게 하는 요인을 피하는 것이 장기 관리의 핵심입니다. 추적 영상검사를 통해 혈관의 모양 변화가 없는지 확인하는 일정도 이 시기부터 꾸준히 이어집니다.
약물치료와 수술, 그리고 그 이후에도 남는 위험
치료 방향은 박리가 발생한 위치에 따라 크게 갈립니다. 상행대동맥을 포함하면 A형, 하행대동맥에 국한되면 B형으로 구분하는데, 이 구분이 치료 선택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치료 후 일상 복귀를 위해 야외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여성 /사진=AI 생성 이미지
치료 방법을 선택할 때는 급성기 사망 위험의 차이도 함께 고려됩니다.
해외의 대규모 등록연구에서는 병원 도착 48시간 이내 사망률이 약물치료 환자군에서 20%대였던 반면 수술적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는 한 자릿수에 그쳤다고 보고됐습니다. 다만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나빴던 환자가 약물치료군에 더 많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어 수술 효과만으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습니다.[2]
그렇다고 해서 수술이 모든 경우에 우선되는 것은 아니며, 박리가 어느 구간에서 시작됐는지, 심낭이나 주요 혈관에 추가 압박이 있는지, 혈압과 장기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를 함께 짚어가며 치료 방향을 정합니다.
혈류 차단 징후 없이 하행대동맥에 국한되고 혈압 조절이 잘 되는 B형이라면 약물치료로 경과를 지켜보는 방침이 흔히 선택되고, 상행대동맥을 포함하거나 심낭 출혈·주요 장기 혈류 차단이 동반된 A형이라면 응급 수술이 우선 고려됩니다.
통증 이후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 다섯 가지
증상을 경험한 뒤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자주 반복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