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연애 중이다 보니까 요즘은 같이 못 가는 시간이 더 길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는 여행 다녀오면 사진 몇 장만 건지고 끝이었는데, 최근에는 찍어온 사진 정리하는 재미에 제대로 빠졌어요. 그냥 폰 앨범에 쌓아두는 게 아니라 날짜별로 나누고, 비슷한 구도끼리 모아보고, 그날 분위기 메모도 짧게 남겨두는 식으로요. 처음엔 좀 귀찮을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까 그때 공기랑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라 생각보다 너무 좋더라고요.
특히 멀리 있는 애인이랑 통화할 때 이 취미가 더 빛을 발해요. “여기서는 노을이 이렇게 졌어”, “이 골목은 실제로 보면 더 조용했어” 이런 얘기를 사진 보면서 하다 보면 그냥 안부만 묻는 통화보다 훨씬 오래 이야기하게 되더라고요. 괜히 애틋해지기도 하고요. 같은 장소 사진이어도 제가 고른 컷이랑 상대가 좋아하는 컷이 다를 때가 있어서 그거 비교하는 맛도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여행을 간다기보다 나중에 보여줄 장면을 모으러 가는 느낌도 좀 있어요.
신기한 건 사진 실력보다 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다는 거예요. 전에는 유명한 곳만 찍으려고 했는데, 요즘은 숙소 창문에 비친 아침빛이나 카페 컵 옆에 놓인 영수증 같은 사소한 장면이 더 오래 남더라고요. 여행 사진이 꼭 잘 찍힌 사진일 필요는 없고, 나중에 봤을 때 “아 이때 이랬지” 싶은 사진이면 충분한 것 같아요. 그래서 보정도 과하게 안 하고 그날 느낌만 조금 살리는 정도로만 하고 있어요.
혹시 여기 계신 분들 중에도 여행 다녀오고 나서 사진 정리 따로 하시는 분 있나요? 폴더 정리 팁 같은 거 있으면 좀 배우고 싶어요. 저는 아직 기준이 왔다 갔다 해서 고를 때마다 한참 걸리네요. 그래도 요즘 제일 오래 붙잡고 있는 취미라 그런지, 멀리 있는 사람 그리울 때도 조금은 마음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괜히 시작했다가 저처럼 밤마다 사진첩 뒤적이게 될 수도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