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고 나서는 시간이 느리게 갈 줄 알았는데, 막상 지내보니 또 하루가 금방 가더라고요. 예전엔 산책만 해도 됐는데, 요즘은 걷다가 괜히 발길이 카페 쪽으로 갑니다. 커피 한잔 놓고 창가에 앉아 있으면 바깥 풍경이 가만히 들어오는데, 그 장면이 참 좋더군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휴대폰으로 창가 사진 찍는 재미가 생겼습니다. 거창한 사진 취미라고 하긴 좀 그렇고, 그냥 제 눈에 예뻐 보이는 순간을 남겨두는 정도예요.
처음엔 커피잔만 찍었는데, 요즘은 빛 들어오는 각도나 유리창에 비친 나무 그림자 같은 게 더 눈에 들어옵니다. 같은 자리도 오전이랑 오후 느낌이 다르고, 비 오는 날은 또 전혀 다른 분위기가 나더라고요. 경기 쪽 동네 카페들 다니다 보면 크고 멋진 곳보다도, 골목 안 조용한 데가 오히려 사진은 더 잘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산책하다가 “오늘은 빛이 괜찮네” 싶으면 괜히 한 장 더 찍게 됩니다. 나중에 집에 와서 다시 보면, 그날 공기까지 조금 남아 있는 느낌이 들어서 그게 좋습니다.
재밌는 건 사진을 찍기 시작하니까 산책도 더 천천히 하게 된다는 점이에요. 예전엔 운동하듯 걸었다면, 요즘은 담벼락에 비친 햇살도 보고, 카페 앞 화분도 한번 들여다보게 됩니다. 덕분에 별것 아닌 풍경이 덜 심심해졌어요. 대신 사진은 참 어렵네요. 눈으로 볼 땐 괜찮은데 찍어놓으면 어둡거나, 제가 느낀 분위기가 잘 안 담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괜히 여기 계신 분들은 어떻게 찍으시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혹시 저처럼 휴대폰으로 가볍게 풍경이나 카페 사진 찍으시는 분 계시면, 너무 어려운 기술 말고 이런 건 신경 쓰면 좀 낫더라 하는 팁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시간대도 궁금하고요. 저는 아직 오전 햇빛이 제일 낫던데, 해 질 무렵 사진 잘 찍는 분들 보면 참 부럽네요. 취미라고 하기엔 소소하지만, 요즘은 산책 나갈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