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연애 시작하고 제일 아쉬웠던 게 같이 같은 풍경을 봐도 결국 각자 폰에 따로 남는다는 점이었어요. 통화할 때마다 "그때 바다 진짜 예뻤는데" 이런 얘기만 반복하다가, 어느 날은 제가 먼저 여행 다녀온 사진을 날짜별 말고 감정별로 정리해봤거든요. 예를 들면 "같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장면", "지금 보여주고 싶은 하늘", "혼자 봐서 조금 쓸쓸했던 곳" 이런 식으로요. 별거 아닌데 이걸 해두니까 사진이 그냥 기록이 아니라 대화거리로 바뀌더라고요. 예전엔 사진 몇 장 툭 보내고 끝났는데, 지금은 한 장 한 장에 사연이 붙으니까 통화가 훨씬 길어졌어요.
특히 좋았던 건 여행지에서 무작정 많이 찍는 것보다, "이건 나중에 걔한테 보여줘야지" 싶은 컷을 의식하고 찍게 된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풍경만 찍는 게 아니라 숙소 창문 뷰, 아침에 마신 커피, 역 앞 골목 같은 사소한 것도 남기게 됐고요. 나중에 보내줄 때도 "여기 너 있었으면 분명 사진 오백 장 찍었을 듯" 같은 말 붙이면 괜히 더 애틋해져요. 좀 오글거릴 수는 있는데 장거리일수록 그런 소소한 연결감이 은근 크더라고요. 여행 갔다 와서 사진첩 다시 볼 때도 훨씬 덜 허전했고요.
저는 원래 사진 정리 진짜 미루는 편이었는데, 이렇게 해보니까 귀찮아도 만족도가 꽤 높았어요. 여행이 끝난 뒤에도 관계가 계속 이어지는 느낌이랄까. 그냥 예쁜 사진 모으는 거랑은 또 다르더라고요. 혹시 저처럼 장거리 연애 중이거나, 여행 사진이 맨날 앨범에만 쌓여 있는 분들 있으면 한 번 해봐도 도움될 수 있어요. 다들 여행 사진 정리할 때 자기만의 방식 있나요? 저는 요즘 상대 생각나는 장면 위주로 고르는 재미에 좀 빠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