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연애 오래 하다 보니까 같이 못 가는 시간이 너무 아쉽잖아요. 그래서 예전엔 여행 가면 무조건 예쁜 풍경만 찍었는데, 막상 보내주고 나면 “오 예쁘다” 하고 끝이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풍경만 찍는 거 말고, 내가 그날 실제로 보고 먹고 걷던 흐름까지 같이 담아보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아침에 숙소 창문 열었을 때 보이던 하늘, 점심 먹으러 가는 골목, 카페 테이블 위 컵이랑 영수증, 해 질 때 돌아오던 길 같은 거요. 별거 아닌데 이런 사진들이 이상하게 제일 오래 남더라구요.

특히 만족했던 건 사진을 “잘 찍어야지”보다 “같이 걷는 느낌 나게 찍자”로 바꾼 거였어요. 정면 인증샷보다 손에 들고 있던 표, 버스 창가, 숙소 침대에 대충 벗어둔 가디건 같은 장면들이 오히려 훨씬 생생했어요. 멀리 있는 사람이 그 사진 보고 “아 오늘 진짜 너 따라다닌 기분 들었다” 이런 말 해주면 마음이 엄청 몽글몽글해짐… 괜히 애틋해지고요. 저는 하루 끝나고 사진 8~10장 정도만 골라서 짧게 메모 붙여 보내는데, 나중에 다시 보면 그냥 여행 기록이 아니라 그때 감정까지 같이 남아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의외로 너무 많이 안 찍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전 예전엔 몇 백 장씩 찍었는데 정리하다 지쳐서 결국 안 보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아예 “오늘의 장면”만 추려 찍으니까 부담도 덜하고, 여행도 더 제대로 즐기게 됐어요. 사진 갤 분들은 여행 가면 어떤 식으로 남기세요? 저처럼 스토리 이어지게 찍는 사람 있는지 좀 궁금해요. 풍경 원샷 잘 찍는 분들도 부럽긴 한데, 저는 요즘 이런 생활 컷 섞는 방식이 제일 만족도 높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