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사진을 엄청 즐겨 찍는 편은 아니었는데, 장거리 연애 시작하고 나서부터 이상하게 길 가다가도 하늘부터 보게 되더라고요. 괜히 “지금 저 사람 쪽 하늘도 이 색이려나” 이런 생각 들면서요. 처음엔 그냥 남자친구한테 소소하게 보내주려고 찍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구도 맞추고 빛 보는 재미가 생겨서 요즘은 완전 취미가 됐어요. 여행 갔을 때도 예전엔 제 얼굴 위주로 찍었는데, 지금은 골목 그림자나 창문에 비친 햇빛, 비 온 뒤 바닥 반사 같은 걸 더 열심히 찍게 돼요. 제가 본 순간의 공기까지 같이 보내고 싶은 느낌이라 그런가 봐요.

특히 최근엔 일부러 한적한 시간대에 나가서 동네 풍경 찍는 거에 빠졌어요. 새벽은 좀 무섭고, 해 질 무렵쯤이 제일 좋더라고요. 노을 들어오는 타이밍에 버스정류장, 횡단보도, 작은 카페 앞 이런 데 찍으면 별거 아닌 곳도 괜히 영화 한 장면처럼 보여요. 그리고 그 사진들 모아서 “오늘 여기 걸으면서 네 생각했어” 이런 식으로 보내면 반응이 꽤 좋아요. 장거리라 만나지는 못해도 하루를 같이 나누는 느낌이 들어서, 저한텐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더라고요. 물론 가끔은 찍느라 정신 팔려서 혼자 너무 감성에 젖는 날도 있긴 한데, 그것도 나름 재밌어요.

근데 제가 아직 초보라 그런지 눈으로 볼 땐 예쁜데 사진으로 찍으면 좀 밋밋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여행 가서 넓은 풍경 찍으면 감동이 반도 안 담기는 느낌… 폰카로도 분위기 잘 살리는 분들 팁 있나요? 색감은 너무 과한 건 싫고, 그냥 제가 그때 느낀 조용한 설렘 같은 게 담기면 좋겠어요. 혹시 비슷하게 풍경 사진 취미 붙인 분 있으면 어떤 순간을 제일 많이 찍게 되는지도 궁금해요. 저만 이런 식으로 사람 생각하면서 풍경 저장하는 건지 살짝 궁금해서 글 써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