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고 나서는 시간이 많아질 줄만 알았는데, 막상 지나고 보니 하루가 또 금방 가더라고요. 그래서 지난달부터는 아침에 집 근처부터 천천히 걸으면서 사진을 찍어보기 시작했어요. 거창하게 출사를 다닌 건 아니고, 카페 가는 길에 보이는 나무 그림자나 골목 화분, 비 온 뒤 바닥에 비친 하늘 같은 것들이요. 처음엔 그냥 심심풀이였는데, 한 달쯤 해보니 제법 재미가 붙었습니다. 예전엔 그냥 지나쳤던 장면들이 눈에 들어오니까 산책 자체가 조금 더 기다려지더라고요.
제일 좋았던 건 여행을 멀리 가지 않아도 동네가 새롭게 보인다는 점이었어요. 같은 길도 시간대가 다르면 느낌이 꽤 다르더라고요. 아침 햇살 들어올 때랑 해 질 무렵이 완전히 달라서, 사진으로 남겨놓고 보면 “아, 여기 원래 이렇게 예뻤나?” 싶은 순간이 있었어요. 카페 창가에 앉아서 그날 찍은 사진 몇 장 넘겨보는 것도 은근한 즐거움이 됐고요. 괜히 바쁘게 다니는 여행보다 이렇게 천천히 보는 방식이 지금 제 성격엔 더 잘 맞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사진이 생각만큼 잘 나오진 않더라고요. 눈으로 볼 땐 참 좋은데 찍어놓으면 밋밋한 날이 많았어요. 그래서 한 달 동안 느낀 건, 좋은 카메라보다도 자주 걷고 자주 멈춰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는 거예요. 그리고 일부러라도 밖에 나가게 되니까 기분 전환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집에만 있으면 괜히 생각이 늘어지는데, 밖에서 바람 쐬고 들어오면 하루가 좀 정돈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다음 달엔 동네 말고 버스 타고 한두 정거장 떨어진 곳도 가볼까 생각 중이에요. 너무 유명한 관광지 말고, 그냥 사람 사는 동네 풍경 찍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여기 갤러리 분들은 한 달 정도 꾸준히 해보고 “이건 확실히 달라졌다” 싶은 게 있으셨나요? 사진 찍을 때 너무 힘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담는 팁 있으면 저도 좀 배우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