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들어오고 나서 제일 많이 든 생각이, 연애할 때는 몰랐던 사람의 진짜 모습이 결혼하고 나서야 보인다는 거였어요. 연애할 때는 만나기 전에 씻고 나오고, 말 예쁘게 고르고, 분위기 좋은 데서 밥 먹고 헤어지잖아요. 근데 결혼은 그게 아니라 아침 6시에 누가 기저귀 갈고, 분유 타는 동안 젖병 뚜껑 어디 갔는지 찾고, 잠 못 자서 둘 다 예민한 상태에서도 결국 같은 편 해야 되는 게임 같더라고요. 로맨틱한 장면보다 생활형 개그가 훨씬 많아요. 근데 이상하게 저는 그런 게 더 진짜 같았습니다.

예전엔 연애에서 제일 중요한 게 대화가 잘 통하는 건 줄 알았는데, 지금은 “불편한 순간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느껴요. 기분 좋을 때 잘 맞는 건 솔직히 누구나 어느 정도는 되는 것 같고요. 피곤하고 돈 얘기 나와야 하고, 집안일 밀리고, 애는 울고 있을 때 그 와중에 서로를 적으로 안 보는 게 어렵더라고요. 저희도 별거 아닌 걸로 틱틱댈 때 많은데, 나중에 돌아보면 내용보다 태도가 오래 남는 느낌이었어요. 말 한마디를 좀 덜 날카롭게 하는 게 괜히 중요한 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결혼은 생각보다 “좋아하는 사람과 사는 일”이라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과 계속 조율하는 일”에 가까운 것 같아요. 저는 정리 좀 해놓고 자는 편이고, 아내는 내일 치울 수 있으면 오늘은 눕는 편인데, 육아 시작하니까 그 철학 차이가 아주 선명하게 보이더라고요. 예전엔 그게 단점처럼 보였는데, 요즘은 오히려 둘 다 비슷했으면 집이 더 답답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요. 한쪽이 무너지면 한쪽이 버티고, 한쪽이 예민하면 한쪽이 웃겨주고. 완벽하게 맞는 사람보다, 안 맞는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연애는 감정의 합이지만 결혼은 태도의 합이라는 쪽이에요. 물론 설레는 감정도 여전히 필요하죠. 근데 오래 가는 건 결국 배려, 유머, 체력, 그리고 “우리 팀”이라는 감각 같아요. 육아휴직하면서 둘이 연애하던 시절 사진 보면 아 저때는 저렇게 여유가 있었네 싶어서 웃기기도 한데, 지금이 더 전우애 있고 더 깊은 느낌도 있어요. 다들 어떤가요? 연애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거랑, 결혼하고 나서 진짜 중요하다고 느낀 거 달라지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