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키우는 초보맘인데요, 요즘 새벽수유하다가 멍하게 앉아 있으면 연애할 때 생각이 진짜 많이 나요. 그때는 연락 조금 늦는 걸로 서운해하고, 기념일에 뭐 먹을지 그런 걸로 괜히 삐지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냥 둘이 편하게 밥 한 끼 먹는 게 얼마나 큰 일이었는지 알겠더라고요. 연애할 때는 이 사람이 나를 얼마나 좋아하나, 표현을 잘하나 이런 걸 많이 봤던 것 같은데 결혼하고 애까지 낳고 보니까 결국 제일 중요한 건 같이 버틸 수 있는 사람이냐인 듯해요. 말 예쁘게 하는 것도 좋지만 진짜 힘들 때 몸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훨씬 크게 남는 것 같아요.

근데 또 솔직히 결혼이 무조건 좋다 이런 말은 못하겠어요. 좋아서 결혼했는데도 왜 이렇게 서운한 순간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남편도 회사 다니느라 힘든 건 아는데 저는 하루 종일 아기 울음 듣고 씻는 것도 눈치 보면서 있다 보면, 퇴근하고 들어와서 핸드폰부터 보는 모습에 괜히 울컥하거든요. 연애할 때는 나 힘들다는 말 한마디면 달래주던 사람이었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서로 너무 지쳐 있으니까 위로도 타이밍이 안 맞아요. 그래서 가끔은 결혼이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현실 협업의 시작이라는 말이 진짜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완전히 후회하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에요. 아기 재워놓고 둘이 소파에 기대서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을 때, 그 조용한 시간이 이상하게 연애 때보다 더 찐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 있어요. 불꽃같은 설렘은 줄어도, 이 사람 없었으면 진짜 못 버텼겠다 싶은 순간들이 생기니까요. 다만 연애 때 상상했던 결혼은 예쁜 장면 위주였고, 실제 결혼은 잠 부족, 집안일, 돈 걱정, 체력전까지 다 들어간 세트라는 거... 이건 미리 좀 더 현실적으로 알았으면 덜 당황했을 것 같아요.

혹시 저처럼 애 낳고 나서 결혼에 대한 생각이 확 바뀐 분들 계세요? 연애할 때 봐야 하는 거랑 결혼 전에 꼭 맞춰봐야 하는 거, 진짜 다른 것 같아서요. 저는 요즘 제일 크게 느끼는 게 대화 방식이랑 생활 태도인데 다른 분들은 뭐가 제일 중요했는지 궁금해요. 저만 이렇게 정신없이 살면서 갑자기 현실 자각 온 건지, 다들 비슷한지도 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