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서 밤마다 LP 한 장씩 돌리는데, 이상하게 어떤 날은 같은 판인데도 소리가 좀 답답하게 들리더라. 처음엔 그냥 내 귀 컨디션 탓인 줄 알았음. 앰프 문제인가 싶어서 괜히 선도 만져보고, 스피커 자리도 조금씩 옮겨보고 그랬는데 바뀌는 게 없었거든.

근데 얼마 전에 진짜 별생각 없이 턴테이블 바늘부터 닦아봤다. 거창한 장비 쓴 것도 아니고, 바늘 클리너 살짝 묻혀서 앞쪽만 조심조심 털어낸 정도. 솔직히 큰 기대 안 했는데 첫 곡 딱 나오자마자 좀 놀람. 보컬이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오고, 기타 치찰음 같은 게 덜 뭉개져서 아 이게 원래 이런 소리였지 싶더라 ㅋㅋ

생각해보면 나는 판 닦는 건 꽤 신경 썼는데 바늘은 은근 자주 까먹었음. LP 표면에 먼지 조금만 있어도 결국 바늘 끝에 붙는 건데, 그게 쌓이면 소리가 탁해지는 게 당연한 거였더라. 진짜 별거 아닌데 맨날 음질 타령만 하고 있었던 거 생각하면 좀 허무함 ㅠㅠ 괜히 새 카트리지 알아보고 있었네 싶고.

그 뒤로는 한두 장 들은 날엔 그냥 넘어가도, 주말처럼 오래 돌린 날엔 끝나고 한 번씩 꼭 봄. 그러고 나서부터는 잡음도 덜 거슬리고, 유독 먹먹하게 들리던 판들도 다시 꺼내보게 됐음. 새 장비 들이는 것보다 이런 기본이 훨씬 체감 큰 날이 있더라. 돈 안 들고 바로 티 나는 쪽이라 더 좋았고.

아무튼 최근에 알게 된 꿀팁 중에 제일 현실적인 건 이거였음. 나처럼 LP는 자주 듣는데 이상하게 소리 답답하다고 느낀 적 있으면 바늘부터 한 번 봐봐. 괜히 나처럼 혼자 앰프 의심하고 스피커 끌고 다니다 허리만 아플 수도 있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