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요즘 드라마랑 영화 보면서 느낀 건, 내가 웹툰 웹소설만 파는 줄 알았는데 영상물에도 과몰입 스위치가 제대로 있다는 거임. 최근에 몇 개 몰아서 봤는데, 드라마는 초반에 인물 관계성만 잘 깔리면 그냥 밤 새는 거 순식간이더라. 특히 서사 한 번 쌓아놓고 대사로 툭툭 회수하는 작품들 있잖아. 그런 거 나오면 혼자 “와 이건 복선 회수 미쳤다” 이러면서 보고 있음. 근데 또 설정만 거창하고 감정선이 안 붙으면 바로 튕겨나감. 내가 원래도 캐릭터 납득충이라 그런지, 얼굴합이든 케미든 중요한데 결국 캐가 살아야 끝까지 보게 되는 듯.

최근에 본 영화 쪽은 확실히 2시간 안에 감정 찍고 빠지는 맛이 커서 좋았음. 드라마는 길게 스며드는 맛이면 영화는 한 방이 세더라. 영상미 좋고 음악 잘 깔리면 솔직히 스토리 조금 약해도 어느 정도는 끌고 가는데, 반대로 연출은 멋있는데 끝나고 나서 남는 게 없으면 살짝 허무했음. 약간 “와 잘 만들긴 했네” 하고 끝나는 작품 말고, 집 가는 길에 계속 장면 떠오르고 캐릭터 행동 곱씹게 되는 게 진짜 기억에 남는 것 같음. 그런 의미에서 나는 결말이 깔끔하게 닫히는 것도 좋지만, 살짝 여지 남겨서 해석하게 만드는 쪽도 은근 좋아함. 물론 억지 열린 결말은 말고.

그리고 요즘 제일 크게 느끼는 건, 내가 결국 뭘 보든 관계성 맛집에 약하다는 거임. 로맨스든 브로맨스든 가족서사든, 둘 사이 텐션이 살아 있으면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감. 그래서 보다 보면 자꾸 “이 설정 웹소로 가면 200화 뚝딱인데?” 같은 생각함. 직업병인지 덕후병인지 모르겠는데, 세계관 확장 가능성 보이면 혼자 2차 상상 들어가버림. 반대로 다들 재밌다는데 나는 좀 심드렁했던 작품은, 대체로 캐릭터가 너무 기능적으로만 움직일 때였음. 스토리 편하려고 사람을 끌고 가는 느낌 들면 확 식더라.

혹시 드영배 갤 사람들은 요즘 뭐 봤음? 나는 이제 막 다음 거 찾는 중인데, 막장처럼 달리는 재미 있는 것도 좋고, 인물 감정선 촘촘한 것도 좋음. 영화도 여운 큰 거 있으면 추천 좀. 너무 무겁기만 한 것보다, 보고 나서 혼자 과몰입하기 좋은 작품 찾고 있음. 나만 또 늦게 치이는 중이면 좀 억울하니까 재밌는 거 있으면 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