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요즘 드라마랑 영화 이것저것 찍먹했는데, 보고 나서 바로 다른 걸 틀어도 묘하게 계속 생각나는 작품들이 있더라. 나는 원래 초반 1~2화에서 감 안 오면 바로 하차하는 편인데, 최근에는 느리게 가도 분위기로 끌고 가는 작품들이 좀 좋았음. 특히 인물들 사이 공기가 미묘하게 바뀌는 거, 대사 세게 안 치는데도 관계가 흔들리는 거 이런 거 괜히 더 보게 됨. 예전엔 사건 빵빵 터지는 게 좋았는데 요즘은 이상하게 정적인 장면이 더 기억에 남음. 나만 그런가.

드라마 쪽은 작정하고 자극적으로 가는 것보다, 일상처럼 흘러가다가 한 장면에서 훅 들어오는 타입이 확실히 좋았음. 배우들 연기 합이 괜찮으면 설정이 조금 익숙해도 끝까지 보게 되더라. 반대로 소재는 엄청 끌렸는데 대사 톤이 너무 설명조면 갑자기 확 식음. 내가 유난인지는 모르겠는데, 요즘은 “이 장면이 왜 필요한지”가 보이는 작품보다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가는데도 감정이 남는 쪽이 더 좋았음. 그리고 ost 과하게 밀어붙이는 작품은 몰입 잘되다가도 살짝 튕길 때 있음.

영화는 확실히 러닝타임 안에 얼마나 정리 잘하느냐가 크게 느껴졌음. 최근에 본 것들 중에는 서사 크게 안 복잡한데도 여운 남는 게 있었고, 반대로 볼 땐 재밌는데 엔딩 나오자마자 싹 휘발되는 것도 있었음. 나는 개인적으로 반전 자체보다, 보고 나서 캐릭터 선택이 이해되는 영화가 더 좋더라. 그래서 결말 세게 치는 영화보다 중간중간 표정이나 침묵으로 쌓는 영화가 더 취향이었음. 스포 될까 봐 작품명은 막 자세히 못 쓰겠는데, 괜히 밤에 보고 자면 장면 몇 개가 계속 재생되는 타입 있잖아. 그런 게 요즘 좋았음.

혹시 드영배 사람들은 요즘 뭐가 제일 괜찮았음? 너무 무겁기만 한 건 말고, 연기 좋고 여운 좀 남는 쪽으로 추천받고 싶음. 드라마는 초반 2화 안에 감겨야 하고, 영화는 보고 나서 “시간 안 아깝다” 싶은 거면 좋겠음. 스포 없이 영업 가능한 거 있으면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