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상하게 한 작품만 진득하게 못 보고 이것저것 조금씩 건드리게 되더라. 원래는 주말에 이불 덮고 한 드라마 정주행하는 맛으로 사는데, 최근엔 드라마 한 편 보고 갑자기 영화로 튀고 또 다음날엔 예능 클립 보다가 끝남... 그래도 건진 건 있었음. 최근에 본 드라마는 초반 잔잔한데 인물들 감정선이 은근 오래 남는 스타일이라, 막 대단한 사건이 안 터져도 다음 화를 누르게 되더라. 이런 거 보면 나만 맨날 자극적인 것 찾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싶음. 스포 될까 봐 자세히는 못 쓰겠는데, 대사 너무 힘줘서 멋있는 척하는 느낌 없고 생활감 있는 작품이 요즘 더 좋더라.
영화는 오히려 반대로 좀 세게 들어오는 쪽이 재밌었음. 얼마 전에 늦은 저녁 회차로 보고 왔는데, 보고 나와서 집 가는 길에 계속 장면들이 생각나는 영화 있잖아. 딱 그런 느낌. 근데 또 너무 어렵게 꼬아놓은 건 아니어서 좋았음. 저는 영화 볼 때 “이거 감독이 뭘 말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는데 내가 피곤하다...” 싶은 순간 오면 좀 식는 편인데, 이번엔 몰입이 쭉 갔음. 같이 본 친구는 결말 해석이 저랑 완전 달라서 카페에서 한참 얘기했는데 그런 시간까지 포함해서 재밌더라. 역시 영화는 보고 나서 수다 떨 거리 있는 게 기억에 남는 듯.
그리고 나이 먹을수록 이상하게 러닝타임 감각이 예민해지는 것 같지 않냐... 드라마도 1시간 20분 넘어가면 “이 장면 조금만 덜어내도 되지 않았나?” 싶고, 영화도 괜히 길기만 하면 집중력이 끊김. 대신 호흡이 길어도 캐릭터에 정 붙으면 또 밤 새서 보게 됨. 진짜 결국 캐릭터빨인가 싶기도 하고. 서울 살다 보니 퇴근하고 영화 한 편 보기 좋은 건 좋은데, 문제는 집 오면 또 넷플릭스 켜게 돼서 수면 패턴이 망함. 어제도 “한 화만” 했다가 두 화 더 봄. 이런 건 몇 년이 지나도 안 고쳐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