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질환을 넘어 장기적인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혈압 관리가 단순히 수치를 낮추는 치료에 그치지 않고 노년기 인지기능을 지키는 중요한 건강관리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심장학회가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ESC Congress 2026에서 발표한 중국 농촌 고혈압 관리 프로그램 연구에 따르면 적극적인 혈압 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은 일반적인 진료를 받은 사람보다 7년 뒤 치매 발생 위험이 약 1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이후 JAMA가 9월 11일 ESC 학회의 주요 임상 연구로 다시 소개했다.
이번 연구에는 중국 농촌 지역 326개 마을에 거주하는 성인 3만3995명이 참여했다. 평균 연령은 63세였으며 연구진은 일부 지역에서 의료진의 관리 아래 혈압을 보다 체계적으로 조절하도록 했다. 집중 관리군에서는 수축기 혈압 130mmHg 미만, 이완기 혈압 80mmHg 미만을 목표로 약물 조절과 정기적인 혈압 관리를 시행했다.
4년간의 적극적인 관리 이후 3년을 추가로 관찰한 결과, 치매가 발생한 비율은 집중 관리군에서 8.85%, 일반 관리군에서 10.55%였다. 통계적으로 계산한 치매 위험은 집중 관리군에서 약 15% 낮았다. 치매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기억력과 판단력 등이 저하되는 인지기능장애 위험 역시 약 13%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혈압과 치매가 함께 주목받는 이유는 뇌혈관에 있다. 고혈압 상태가 오랜 기간 이어지면 뇌의 작은 혈관에 부담이 쌓일 수 있고, 이러한 변화는 뇌졸중뿐 아니라 인지기능 저하와도 연관될 수 있다. 최근 심장과 뇌를 별개의 장기로 보기보다 혈관 건강이라는 하나의 연결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연구가 늘어나는 배경이다. JAMA가 소개한 ESC 전문가 역시 고혈압이 뇌의 소혈관질환과 인지기능 저하에 중요한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가 혈압을 무조건 낮게 유지할수록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적절한 혈압 목표는 연령과 복용 중인 약물, 심혈관질환 여부, 신장기능, 어지럼증이나 기립성 저혈압 가능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이 스스로 혈압약 복용량을 조절하거나 지나치게 낮은 혈압을 목표로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집에서 혈압을 일정한 시간에 측정해 기록하고, 짠 음식과 과도한 음주를 줄이며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미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다면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약을 임의로 중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중국 농촌 지역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국내 모든 성인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대규모 인원을 장기간 추적한 결과라는 점에서 혈압 관리가 심혈관질환 예방뿐 아니라 장기적인 뇌 건강 관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관리 시기를 놓치기 쉽다. 하지만 혈압은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혈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중년부터 자신의 혈압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치료를 이어가는 습관이 노년기 심장과 뇌 건강을 함께 지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