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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만 보 못 채워도, 빠르게 걷는 사람 사망 위험 낮은 경향

영국 중장년 6만4743명 분석, 걸음 수와 보행 속도 함께 살펴야

메디닉스 정다빈기자|입력 |조회 0
하루 1만 보 못 채워도, 빠르게 걷는 사람 사망 위험 낮은 경향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그림=챗gpt ]

건강을 위해 하루 1만 보를 걸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실제 건강 효과는 걸음 수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루 걸음 수가 많지 않더라도 일정 시간 상대적으로 빠르게 걷는 사람에게서 전체 사망과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영국 스포츠의학저널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9월 8일 발표된 연구에서 시드니대학교와 모나시대학교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 참여자의 보행 데이터를 분석했다. 전체 사망 분석에는 평균 연령 61.5세인 6만4743명이 포함됐으며, 참가자들은 손목형 활동측정기를 7일간 착용했다. 연구진은 하루 걸음 수뿐 아니라 하루 중 가장 빠르게 걸었던 30분의 평균 걸음 속도를 함께 살폈다. 이 30분은 반드시 연속된 시간이 아니라 하루 동안 흩어진 빠른 보행 구간을 합친 지표다.

연구진은 하루 걸음 수를 5000보 미만, 5000~7500보, 7500~1만 보, 1만 보 초과로 나눠 사망 위험과 비교했다. 분석 결과 5000보 미만 또는 5000~7500보를 걷는 사람에서도 보행 속도가 높아질수록 전체 사망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특히 하루 7500~1만 보를 걷는 집단은 전체적으로 가장 낮은 사망 위험을 보였고, 이 집단에서는 하루 중 빠른 30분의 평균 속도가 분당 약 100보 수준일 때 가장 낮은 위험이 관찰됐다.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다. 이는 하루 걸음 수를 채우는 것과 함께 걷는 강도도 건강과 관련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시간이 부족해 하루 1만 보를 채우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출퇴근이나 점심시간, 장보기처럼 일상에서 걷는 순간의 속도를 조금 높이는 방식도 현실적인 활동량 관리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를 빠르게 걷기만 하면 사망 위험이 줄어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연구는 참가자의 생활을 직접 통제한 임상시험이 아니라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보행 습관과 사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줄 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지는 못한다. 평소 건강상태가 좋은 사람이 더 빠르게 걷고 활동량도 많았을 가능성 등 다른 요인의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걷기 강도는 개인의 나이와 체력, 관절 상태, 심폐기능에 따라 달라진다. 빠르게 걷기를 시작할 때는 특정 속도를 무리하게 맞추기보다 평소보다 호흡이 조금 빨라지고 몸이 따뜻해지는 정도에서 시작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연구진 역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보행 속도를 적용하기보다 개인의 체력에 맞는 강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하루 1만 보라는 숫자 하나에만 매달리기보다 자신의 생활환경에서 꾸준히 걸음 수를 늘리고, 가능한 범위에서는 걷는 속도까지 함께 관리하는 접근이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짧은 거리라도 걷는 시간을 늘리고, 가까운 이동은 도보로 바꾸며, 하루 중 일부 구간을 조금 빠르게 걷는 습관처럼 지속 가능한 변화가 건강관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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