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 진단을 받고 철분제를 먹기 시작한 뒤로 속이 메슥거리고 배가 아프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대변 색이 갑자기 까맣게 변해 놀라서 병원을 찾는 경우도 흔하다. 철분제 부작용은 대부분 소화기계에서 나타나며 복용 방법을 조금만 조정해도 크게 줄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증상이 심하거나 출혈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가 있다면 자가 판단하지 말고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철분은 위와 장 점막을 직접 자극하는 성질이 있어 복용 초기에 속쓰림, 구역질, 복통 같은 소화기 증상을 일으키기 쉽다. 특히 빈속에 먹거나 고용량을 한 번에 복용할 때 증상이 더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반응은 철분 자체의 흡수와 별개로 위장관 점막에 닿는 철 이온의 화학적 자극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반응은 구역질과 구토, 상복부 불편감, 변비 또는 설사다. 대변 색이 검은색에 가깝게 변하는 것도 자주 관찰되는데, 이는 몸에 흡수되지 않고 남은 철분이 장 속에서 산화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대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색이 변했다고 해서 무조건 안심할 수는 없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문제는 철분제로 인한 정상적인 검은 변과 소화관 출혈로 생기는 흑색변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끈적하고 타르처럼 진득하며 악취가 심한 변, 변에 붉은 혈흔이 섞이는 경우, 심한 복통이나 어지럼증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한 색 변화가 아니라 위장관 출혈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든다면 자가 판단보다 진료를 받는 편이 안전하다.

복용법 조정만으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그림=메디닉스DB]
액상 철분제를 먹는 경우 치아 표면이 착색되는 것도 흔히 보고되는 부작용이다. 빨대를 이용해 마시고 복용 뒤 바로 물로 입안을 헹구면 착색을 줄일 수 있다. 입안에서 쇠 맛이 계속 느껴지거나 가슴이 타는 듯한 속쓰림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철분제에서 흔히 나타나는 반응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성인보다 소아에게서 철분제 과다 복용이 훨씬 위험하다는 점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어린이가 철분제를 사탕이나 영양제로 착각해 다량 삼키면 심각한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응급 상황으로 간주된다. 철분제는 반드시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고, 실수로 삼킨 것이 의심되면 즉시 응급실을 찾거나 중독정보센터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소화기 부작용을 줄이려면 복용 방법을 조정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장장애가 있을 때 음식과 함께 복용하면 흡수율은 다소 떨어지지만 속쓰림이나 구역질을 줄일 수 있다고 안내한다. 하루 복용량을 한 번에 몰아서 먹기보다 나누어 먹거나, 비타민C가 풍부한 음식과 함께 먹으면 흡수를 돕는 동시에 자극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유나 유제품, 커피, 녹차는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복용 시간과 겹치지 않게 두 시간가량 간격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매일 복용하는 대신 이틀에 한 번씩 나눠 먹는 방식이 흡수율은 유지하면서 위장 부담은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어, 부작용이 심한 사람은 담당 의료진과 복용 간격 조정을 상의해 볼 만하다.

충분한 물과 함께 앉은 자세로 복용해야 [그림=메디닉스DB]
부작용이 불편하다고 해서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빈혈 치료는 정해진 기간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중간에 끊으면 치료 기간이 더 길어지거나 빈혈이 재발할 수 있다. 증상이 힘들다면 약을 끊기보다 제형을 바꾸거나 용량을 조절하는 방향으로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 극심한 복통이나 구토가 멈추지 않는 경우, 두드러기나 입술·얼굴이 붓는 알레르기 반응,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이 삼킨 직후부터 지속되는 경우, 검은 변과 함께 어지럼증이나 실신 증세가 동반되는 경우 등이다. 이런 신호는 단순 부작용을 넘어선 상태일 수 있어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철분제는 충분한 물과 함께 앉거나 선 자세로 복용하고 먹은 뒤 최소 삼십 분 정도는 눕지 않는 것이 식도 자극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복용 중 소화기 불편이 계속되면 참지 말고 약사나 의료진에게 알려 제형이나 용량 조정을 상의하고, 정기적인 혈액검사로 빈혈 수치와 철분 상태를 확인하며 복용을 이어가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