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에 갑자기 자지러지게 울면서 손으로 귀를 자꾸 잡아당기는 아기를 보면 부모는 당황하기 마련이다. 말을 못 하는 영유아는 통증이 있어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해 행동 변화로 증상을 짐작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흔히 의심해볼 수 있는 질환이 급성 중이염이다. 감기 뒤에 이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단순 콧물감기로 오인하기 쉽다.
중이염은 고막 안쪽 중이강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영유아기에 특히 잘 발생한다. 아기는 귀와 코, 목을 연결하는 유스타키오관이 성인보다 짧고 수평에 가까워 코나 목의 세균, 바이러스가 중이로 쉽게 옮겨갈 수 있다. 감기나 비염을 앓은 뒤 며칠 지나 갑자기 심하게 보채기 시작한다면 중이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신호로는 귀를 손으로 자꾸 만지거나 잡아당기는 행동, 누워 있을 때 유독 심하게 우는 모습, 평소보다 예민해지고 짜증을 많이 내는 태도 등이 꼽힌다. 귀 안쪽 압력이 높아지면서 통증이 생기기 때문에 눕는 자세에서 통증이 심해져 밤에 자주 깨는 경우도 많다.
발열도 흔히 동반되는 증상 중 하나다. 미열에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38도 이상으로 열이 오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밖에 식욕이 떨어지거나 분유, 모유를 먹을 때 빠는 힘이 약해지고 자주 보채는 모습, 평소보다 잠을 설치는 수면 패턴 변화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걷기 시작한 아기라면 걸을 때 휘청거리거나 균형을 잘 못 잡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중이는 평형감각과도 연결되어 있어 염증으로 인한 압력 변화가 어지럼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증상은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어 이것만으로 중이염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균형 잘 못 잡는 모습도 중이염 신호일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문제는 이런 증상들이 감기나 다른 호흡기 질환과 겹쳐 보인다는 점이다. 콧물, 기침 같은 상기도 감염 증상이 먼저 나타난 뒤 중이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가 단순 감기의 연장으로 여기고 넘어가기 쉽다. 증상이 며칠째 나아지지 않거나 갑자기 더 심해진다면 감기와 별개로 귀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좀 더 확실한 신호는 귀에서 고름이나 진물 같은 분비물이 흘러나오는 경우다. 이는 염증으로 고막에 작은 천공이 생겨 내부 압력이 빠져나오는 상황일 수 있어 통증이 오히려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런 분비물이 관찰되면 시간을 끌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정확한 진단은 이경을 이용해 고막 상태를 직접 확인해야 가능하다. 소아과나 이비인후과에서 고막의 발적, 부종, 삼출액 유무 등을 살펴 중이염 여부와 정도를 판단한다. 겉으로 보이는 증상만으로 부모가 자가 진단하기보다는 전문의 진료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이경 검사로 고막 상태 확인해야 정확한 진단 [그림=메디닉스DB]
치료는 증상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경미한 경우 며칠간 경과를 지켜보며 해열제나 진통제로 통증을 조절하기도 하고, 증상이 심하거나 어린 영아라면 항생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다만 항생제 사용 여부와 종류는 반드시 의료진 판단에 따라야 하며 이전에 처방받은 약을 임의로 먹이는 것은 피해야 한다.
중이염을 반복해서 앓거나 삼출액이 오래 남는 경우 일시적으로 청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부분은 염증이 가라앉으면서 청력도 회복되지만 증상이 반복되거나 오래간다면 소아청소년과나 이비인후과에서 청력 상태를 함께 확인해보는 것이 안전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간접흡연 노출을 피하고, 분유를 먹일 때 아기를 너무 눕힌 자세로 먹이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린이집 등 공동생활을 시작한 아기라면 손 씻기 등 기본적인 위생 관리도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질병관리청은 영유아 예방접종 일정을 제때 지키는 것이 호흡기 감염 예방에 중요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아기가 38도 이상 열이 나면서 귀를 계속 만지거나, 귀에서 분비물이 나오거나, 통증으로 보이는 울음이 하루 이상 이어진다면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생후 6개월 미만 영아가 열을 동반한 보챔을 보이면 지체하지 말고 소아과를 찾아야 한다. 평소 아기의 행동 패턴을 관찰해두면 이상 신호를 더 빨리 알아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