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부모나 배우자를 돌보는 보호자들 사이에서 약물 없이 뇌 기능을 개선할 방법이 있는지 묻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빛과 소리로 뇌파의 한 종류인 감마파를 자극해 알츠하이머병 관련 변화를 완화하려는 비침습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40헤르츠 주파수의 빛 깜빡임과 소리 자극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 해외 연구진을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다.
감마파는 뇌파 가운데서도 가장 빠른 진동수를 지닌 영역으로, 기억력이나 주의력, 감각 정보 처리 등 고차원적 인지 기능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여러 뇌 영역이 감마파 대역에서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통합하는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 이러한 감마파 활동이 뚜렷하게 줄어든다는 관찰 결과가 여러 연구에서 보고돼 왔다.
연구자들은 감마파 활동 저하가 단순한 부수 현상이 아니라 신경세포 간 소통 이상, 그리고 뇌 속 노폐물 처리 기능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설에서 출발해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감마파를 유도하면 뇌의 자연스러운 정화 기능과 신경 네트워크 기능을 일부 회복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가 제기됐다.
실제 연구에서 사용되는 방식은 초당 40번 깜빡이는 빛을 보게 하거나, 같은 주파수로 딸깍거리는 소리를 듣게 하는 감각 자극이다. 안경형 기기나 조명 장치, 이어폰 등을 통해 빛과 소리 자극을 일정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제공하면 시각과 청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시작으로 다른 뇌 부위까지 감마파 리듬이 동조되는 현상이 관찰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빛과 소리로 감마파를 유도하는 자극 기기 예시 [그림=메디닉스DB]
동물을 대상으로 한 초기 연구에서는 이 같은 감각 자극이 뇌 속 비정상 단백질 축적을 줄이고 면역세포의 활동을 변화시키는 등 신경염증과 관련된 지표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보고가 나온 바 있다. 다만 이는 동물 모델에서 확인된 결과로,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지는 별도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부 해외 연구기관에서는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감마파 자극 기기의 안전성과 인지기능 변화를 살펴보는 소규모 임상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참여자의 수면의 질이나 일상생활 능력 지표에서 일부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됐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리고 있어 아직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함께 나온다.
이 접근법이 주목받는 이유는 약물치료나 수술적 뇌자극과 달리 몸에 기기를 이식하거나 화학물질을 투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빛과 소리라는 익숙한 감각을 이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작용에 대한 부담이 적고, 다른 약물치료나 인지훈련 프로그램과 병행하기도 비교적 수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감마파 활동 변화를 분석하는 연구 현장 [그림=메디닉스DB]
다만 전문가들은 감마파 자극이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거나 완치시키는 방법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연구 대상자 수가 많지 않고 추적 관찰 기간도 짧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려면 더 큰 규모의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일부 대학병원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비침습적 뇌자극 방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신경과학회 등 관련 학회에서도 감마파를 비롯한 뇌파 기반 중재 연구 동향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되는 등 국내 연구 저변도 점차 넓어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시중에 판매되는 빛·소리 자극 기기를 의학적 근거 없이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기억력 저하나 성격 변화 등 치매가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신경과 등 전문의 진료를 받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먼저이며, 감마파 자극과 같은 새로운 접근법은 아직 연구 단계에 있는 만큼 기존 치료를 대체하기보다는 보조적 관심사로 지켜보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