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멍이 반복해서 생기거나, 갑자기 말수가 줄고 사람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면 주변 어른들은 아동학대를 의심하게 된다. 실제로 이런 의심 신고가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3일 2025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를 발간하고, 지난해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가 6만3166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아동학대 신고 통계가 집계된 이래 국민들의 신고 건수는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신고 건수 증가와 달리 실제 학대로 판단된 사례의 비율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5년 아동학대 판단율은 41%로, 판단 건수는 2만3648건이었다. 이는 전년도 2만4492건에 비해 11%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보건복지부는 신고 건수가 늘어난 것을 국민의 아동학대 인식 개선의 결과로 해석했다. 과거에는 훈육으로 여겨 넘어갔던 상황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신고 자체가 늘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예방 홍보 활동도 이런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평가했다.

신고 건수는 늘었지만 학대 판단율은 낮아져 [그림=메디닉스DB]
신고율은 높아졌지만 학대 판단율이 낮아진 배경에는 신고 기준선의 변화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들이 애매한 상황에서도 우선 신고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조사 결과 학대로 확정되지 않는 사례의 비중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동학대 신고는 국번 없이 112로 전화하면 접수할 수 있으며,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서도 상담과 신고가 가능하다. 신고자의 신원은 관련 법령에 따라 비밀이 보장되므로, 의심스러운 정황을 목격했을 때 주저하지 말고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동학대는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정서적 학대, 방임, 성적 학대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아이가 계절에 맞지 않는 옷차림을 하고 있거나, 씻지 않은 채로 등원·등교하는 경우, 어른의 눈치를 지나치게 살피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방임이나 정서적 학대의 신호일 수 있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기관 종사자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 지정 [그림=메디닉스DB]
특히 어린이집이나 학교처럼 아동이 정기적으로 관찰되는 기관의 종사자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 지정되어 있다. 이들은 학대가 의심되는 정황을 인지했을 때 신고 의무를 갖고 있으며,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연차보고서를 통해 아동학대 예방 정책의 방향을 점검하고,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신고 이후 조사와 보호 조치가 신속하고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체계를 정비하는 것도 과제로 남아 있다.
부모나 보호자 스스로도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신체에 위해를 가하거나, 감정적으로 아이를 몰아세우는 행동은 학대로 판단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육아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지역 육아종합지원센터 등 공적 지원 체계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웃이나 지인의 아이에게서 학대가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했다면 확신이 서지 않더라도 112 신고나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을 통해 상황을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고 이후에는 관계 기관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므로, 신고자가 직접 학대 여부를 판단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