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이 지났다고 모기 매개 감염병 위험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6월 대구에서 채집한 빨간집모기에서 일본뇌염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자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를 발령했다. 올해는 작은빨간집모기뿐 아니라 도심의 정화조와 인공용기 같은 고인 물에서도 번식하는 빨간집모기까지 감시 범위를 넓혔다.
일본뇌염은 감염된 모기에 물려 전파된다. 사람 사이의 일상적인 접촉으로 옮는 감염병은 아니다. 질병관리청은 전국 14개 지점에서 3월부터 10월까지 매개모기와 병원체를 감시하고 있으며, 국내 환자는 대부분 8월과 9월에 처음 신고된 뒤 11월까지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5년간 신고된 일본뇌염 환자는 79명이었다. 이 가운데 남성이 60.8%였고, 50대 이상이 65.9%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연평균 발생 규모는 17명 안팎으로 많지 않지만, 고령층에서 환자가 집중되고 뇌염으로 진행할 경우 중증도가 높다는 점 때문에 가볍게 볼 수 없다. 질병관리청 일본뇌염 경보 자료
초기에는 발열과 두통, 구토처럼 다른 감염병과 구별하기 어려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드물게 뇌염으로 진행하면 고열과 발작, 착란, 경련, 마비, 방향감각 상실이 생길 수 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뇌염으로 진행한 환자의 20%에서 30%는 사망할 수 있고, 회복하더라도 30%에서 50%는 손상 부위에 따라 신경계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
경보가 발령됐다고 모든 사람이 곧바로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과거 접종 경험이 없는 만 18세 이상 성인 가운데 논이나 돼지 축사 인근 등 위험지역에 거주하거나 전파 시기에 해당 지역에서 활동할 예정인 사람, 비유행 지역에서 이주해 국내에 장기 거주할 외국인, 일본뇌염 위험국가 여행자는 유료 예방접종 권고 대상이 될 수 있다.
성인은 과거 접종력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출생연도만 보고 접종 여부를 단정하기보다 예방접종 기록과 여행 일정, 거주환경을 확인한 뒤 의료진과 상담하는 편이 안전하다. 백신 종류에 따라 접종 횟수와 간격이 다르므로 출국 직전에 확인하기보다 여행 계획이 정해졌을 때 미리 상담하는 것이 좋다.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다. 4월부터 10월까지는 일몰 직후부터 일출 전까지 야외활동을 줄이고, 외출할 때 밝은 색의 품이 넉넉한 긴 옷을 입는 것이 도움이 된다. 노출된 피부와 옷, 신발 윗부분, 양말에는 허가된 모기 기피제를 제품 설명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방충망이 찢어지거나 창틀에 틈이 없는지 확인하고, 화분 받침과 빈 용기, 막힌 배수로에 고인 물을 없애야 한다. 도심에서도 빨간집모기에서 바이러스가 확인된 만큼 농촌이나 축사 주변에서만 조심하면 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야간 산책과 캠핑, 낚시처럼 모기에 오래 노출되는 활동을 할 때는 더 세심한 대비가 필요하다.
모기에 물린 뒤 발열이 생겼다고 모두 일본뇌염은 아니다. 그러나 고열과 심한 두통에 의식 변화, 경련, 목 경직, 마비가 동반되면 즉시 응급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일본뇌염은 흔하지 않지만 일단 뇌염으로 진행하면 치명적일 수 있어, 유행 시기에는 예방수칙과 위험 신호를 함께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