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잘 자기 위해 취침 시간이나 스마트폰 사용만 관리했다면 이제는 하루 동안 무엇을 먹었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연구에서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섭취한 날에는 같은 날 밤 수면 구조가 보다 회복적인 방향으로 나타나는 연관성이 관찰됐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헬스에 8월 19일 발표된 연구에서는 실생활 환경에서 기록된 4,793회의 하루 식사 기록과 다단계 웨어러블 수면 측정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하루 식사의 영양 구성과 식사 시간이 그날 밤 깊은 수면, 렘수면, 얕은 수면, 야간 심박수 등에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살폈다.
분석 결과 식사에서 식이섬유 밀도가 높은 날에는 깊은 수면과 렘수면 비율이 소폭 증가하고 얕은 수면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식이섬유 밀도가 높을수록 평균 야간 심박수도 낮았다. 하루 동안 섭취한 식물성 식품의 종류가 다양하거나 가공이 덜 된 식물성 식품의 비중이 높은 경우에도 야간 심박수가 낮아지는 방향이 관찰됐다.
일상에서는 거창한 식단보다 한 끼의 구성을 바꾸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흰쌀이나 정제된 면류만 먹기보다 잡곡과 통곡물을 섞고, 채소 반찬을 다양하게 구성하며, 과일과 콩류, 견과류 등을 적절히 활용하는 식이다. 중요한 것은 특정 건강식품 한 가지를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식물성 식품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데 있다.
식사 시간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이번 연구에서는 취침 전 6시간 동안 하루 전체 열량의 많은 부분을 섭취한 경우 총 수면시간은 다소 길어졌지만 야간 심박수는 높아지는 결과가 확인됐다. 늦은 시간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먹는 습관이 반드시 잠을 짧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수면 중 신체가 충분히 안정되는 과정에는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 한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짧은 시간에 늦게 많은 열량을 섭취하는 식사 패턴은 불리한 대사 지표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됐다. 서울대와 중앙대 연구진이 참여한 해당 연구는 8월 초 온라인 공개됐으며, 단순히 식사 시간을 제한하는 것보다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에너지를 집중해서 섭취하는지 함께 고려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다만 이런 결과를 식이섬유를 많이 먹으면 곧바로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네이처 헬스 연구 역시 관찰 자료를 기반으로 한 분석으로, 특정 식품이 수면을 직접 개선한다고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수면은 스트레스, 운동량, 카페인과 음주, 질환, 수면환경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잠을 관리하는 방법을 침실 안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규칙적인 취침 시간과 함께 낮 동안 채소와 통곡물, 콩류, 과일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다양하게 섭취하고 늦은 밤 과식하는 습관을 줄이는 것이 건강한 수면생활을 위한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