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특별한 지병이 없던 사람도 갑자기 가슴이 조여들고 숨이 턱 막히며 심장이 요동치듯 빠르게 뛰는 증상을 겪으면 대부분 심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부터 걱정하게 된다. 놀란 마음에 응급실을 찾아 심전도와 혈액검사, 흉부영상 검사까지 두루 받아도 특별한 이상 소견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데, 바로 이런 상황에서 한 번쯤 의심해볼 수 있는 질환이 공황장애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위험 상황이 아닌데도 갑자기 극심한 두려움과 함께 다양한 신체 증상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공황발작은 대개 아무런 예고 없이 시작돼 짧게는 몇 분, 길어도 십여 분 안에 증상이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서서히 가라앉는 독특한 경과를 보인다. 발작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곧 심장이 멎거나 정신을 잃을 것 같다는 강렬한 공포감이 함께 몰려오는 경우가 많다.
공황발작이 유독 심장질환으로 오인되기 쉬운 이유는 두 질환의 신체 증상이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가슴 답답함과 두근거림, 식은땀, 어지럼증, 손발 저림, 숨가쁨 등은 협심증이나 부정맥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어서 환자 스스로 심장 이상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 첫 증상이 나타났을 때 순환기내과나 응급실부터 찾는 환자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공황발작과 심장질환은 증상이 진행되는 양상에서 비교적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심장질환에 의한 흉통은 운동이나 계단 오르기 같은 신체활동을 할 때 악화되고 안정을 취해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경우가 많은 반면, 공황발작은 가만히 쉬고 있을 때도 갑자기 시작됐다가 대개 십여 분 안에 저절로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발작 중에는 주변이 낯설게 느껴지는 비현실감이나 이인증 같은 증상이 함께 동반되기도 한다.

안정 중에도 갑자기 시작되는 공황발작 [그림=메디닉스DB]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관련 학회에 따르면 공황장애는 뇌에서 공포와 위험 신호를 처리하는 신경 회로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 소인과 함께 만성적인 스트레스, 과도한 카페인 섭취, 만성적인 수면 부족 등이 발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큰 스트레스를 겪은 직후나 과로가 누적된 시기에 첫 발작이 시작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게 보고된다.
문제는 심장 관련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냥 넘기는 경우다. 공황발작을 반복적으로 겪은 환자 중 상당수는 또다시 발작이 올까 봐 미리 불안해하는 예기불안을 겪게 되고, 발작이 일어났던 장소나 상황을 애써 피하려는 회피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회피가 심해지면 대중교통이나 엘리베이터 같은 밀폐된 공간을 이용하기 어려워지는 광장공포증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심장 관련 검사에서 반복적으로 정상 소견을 받았는데도 비슷한 증상이 계속 나타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공황장애 진단은 우선 심장이나 갑상선, 폐 질환 등 신체적 원인을 배제한 뒤 증상이 나타나는 양상과 경과를 종합적으로 살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확한 진단이 늦어질수록 불필요한 검사를 반복하며 불안감만 더 커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치료는 인지행동치료를 비롯한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를 함께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인지행동치료는 발작에 대한 왜곡된 해석과 과도한 두려움을 조금씩 조정해 나가는 과정으로, 꾸준히 진행하면 발작의 빈도와 강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요한 경우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항불안제나 항우울제 등을 함께 처방하기도 하며,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조절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공황장애 치료 [그림=메디닉스DB]
발작이 시작될 때는 숨을 짧고 빠르게 몰아쉬기보다 천천히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복식호흡을 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발바닥이 바닥에 닿는 감각이나 주변 사물의 색과 형태, 소리에 집중하는 등 지금 이 순간의 감각에 주의를 돌리는 방법도 과도한 공포감을 가라앉히는 데 흔히 활용된다. 이 방법은 병원 밖에서도 스스로 실천할 수 있어 반복적인 발작에 대비하는 데 유용하다.
카페인과 술, 니코틴은 심장을 더 빨리 뛰게 하고 불안감을 키울 수 있어 발작을 자주 겪는 사람이라면 평소 섭취량을 의식적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수면과 가벼운 유산소 운동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조절해 발작 빈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으로 꼽히며, 명상이나 요가처럼 몸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활동도 스트레스 완화와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흉통이나 두근거림이 짧은 시간 안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언제 또 발작이 올지 몰라 외출이나 대중교통 이용을 피하게 됐다면 병원을 찾아야 할 신호로 볼 수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흉통과 두근거림이 반복되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자가 진단에 머물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나 신경정신과를 찾아 정확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을 충분히 관리하며 이전과 같은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