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나 반려묘의 심장 소리를 스마트폰으로 녹음해 심장 잡음 가능성을 선별하는 기술이 공개됐다. 2026년 6월 연구 사전공개 플랫폼 아카이브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수집한 반려동물의 심장 소리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잡음 여부와 위험도를 제시하는 시스템이 소개됐다. 청진기와 심장초음파 검사가 필요한 동물을 보다 일찍 가려내는 보조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심장 잡음은 심장 안에서 혈액이 비정상적으로 흐르며 발생하는 소리다. 정상적인 심장 소리 사이에서 바람이 새는 듯한 소리가 들릴 수 있으며, 판막질환이나 선천성 심장병, 심근질환과 관련되기도 한다. 다만 어린 동물이나 긴장한 고양이에게 일시적으로 들리는 무해한 잡음도 있어 심장 잡음이 확인됐다고 곧바로 심장병으로 확정할 수는 없다.
연구진이 개발한 시스템은 반려동물의 가슴 부근에서 약 30초 이상 녹음한 소리를 분석한다. 보호자가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녹음하거나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와 간호 인력이 수집한 기록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분석 결과는 정상과 이상을 단정적으로 나누기보다 신뢰도에 따라 단계별로 제시하며, 판단이 불확실한 기록은 자동 분류하지 않고 수의사의 검토가 필요하도록 했다.
연구에는 수의학적 판독이 완료된 심장 소리 기록 322건이 사용됐다. 전체 기록 가운데 신뢰도가 높다고 분류된 약 30%에서는 정확도 95.9%, 민감도 94%, 특이도 97.9%가 보고됐다. 민감도는 실제 잡음이 있는 사례를 찾아내는 능력이고, 특이도는 잡음이 없는 사례를 정상으로 구별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다만 이 수치는 전체 기록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높은 확신을 보인 일부 기록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을 함께 살펴야 한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방식의 장점은 접근성이다. 심장병이 의심되는 반려동물은 심장초음파와 흉부 방사선검사, 심전도 등을 통해 상태를 확인해야 하지만 전문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다. 평소 집에서 심장 소리를 기록하고 변화가 감지됐을 때 동물병원 방문을 앞당길 수 있다면, 증상이 뚜렷해지기 전 위험 신호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검사 결과만으로 약을 먹이거나 심장질환을 진단해서는 안 된다. 털이 마이크에 스치는 소리와 반려동물의 움직임, 호흡음, 주변 소음이 녹음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체형과 품종, 심장 박동 속도에 따라서도 소리가 달라질 수 있어 실제 진료에서는 청진과 영상검사, 혈액검사 결과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
고양이는 심장 잡음 선별이 더욱 까다롭다. 영국소동물수의사회가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비대성 심근병증이 있는 고양이 가운데 상당수는 청진에서 잡음이 들리지 않을 수 있으며, 건강한 고양이에게도 무해한 잡음이 확인될 수 있다. 연구진은 전자청진기로 수집한 고양이의 심장 소리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비대성 심근병증과 관련된 잡음을 구별하는 별도의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보호자가 평소 관찰해야 할 변화도 있다. 산책을 싫어하거나 이전보다 쉽게 지치고, 잠을 자거나 쉬는 동안 호흡이 빨라지는 경우에는 심장과 호흡기 상태를 살펴야 한다. 갑작스러운 실신과 심한 호흡곤란, 혀나 잇몸이 푸르게 변하는 증상은 응급상황일 수 있다. 고양이가 입을 벌리고 숨을 쉬거나 뒷다리를 갑자기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즉시 동물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번 기술은 2026년 6월 공개된 사전연구로, 동료 전문가의 정식 심사를 거친 확정된 임상지침은 아니다. 기록 수가 많지 않고 품종과 연령, 질환 종류별 성능을 더 넓은 집단에서 검증해야 한다. 국내에서 보호자가 사용할 수 있는 승인된 진단기기로 정식 도입됐다는 의미도 아니다.
스마트폰 심장 소리 분석의 역할은 수의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진료가 필요한 반려동물을 더 빠르게 발견하는 데 있다. 반복적인 기록을 통해 평소와 다른 변화를 포착하고, 이상 가능성이 제시됐을 때 심장초음파 등 정밀검사로 연결한다면 반려동물 심장질환의 조기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