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은 뇌 안에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기억력과 판단력, 언어 기능이 점차 저하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다. 최근에는 혈액검사로 관련 단백질을 확인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돼도 실제 인지 증상이 언제 시작될지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았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지원한 최신 연구에서는 혈액 속 원형 RNA가 알츠하이머병의 증상 발생 시점을 예측하는 새로운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원형 RNA는 유전정보 전달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고리 형태의 분자로, 뇌의 비교적 최근 생물학적 변화를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 결과는 202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여러 독립 연구집단에 참여한 1200명 이상의 혈액 자료를 분석해 알츠하이머병과 연관된 원형 RNA 34종을 찾아냈다. 이 지표를 조합한 예측모델은 현재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의 대표 지표로 평가되는 인산화 타우 단백질 pTau217과 비슷한 수준으로 뇌의 병리 변화를 구분했다.
차이는 앞으로의 진행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원형 RNA 모델은 pTau217 기반 모델보다 증상이 있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할 사람을 더 잘 구분했으며, 일부 지표는 기억력과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나기 약 2년에서 4년 전부터 정상 범위와 차이를 보였다. 특정 원형 RNA 수치가 높으면 향후 증상 발생 위험이 약 세 배로 높게 관찰됐다. 두 개의 독립된 연구집단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알츠하이머병의 존재 여부를 넘어 증상이 가까워졌는지를 판단할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증상 발생 위험이 높은 사람을 조기에 구분할 수 있다면 신약 임상시험 대상자를 보다 정밀하게 선정하고, 치료 이후 질환의 생물학적 변화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추적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연구진은 현재 임상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검사법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번 결과를 곧바로 일반 건강검진에 적용할 수 있는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 혈액 속 원형 RNA는 아직 연구용 바이오마커이며, 검사 정확도와 재현성, 연령과 동반질환에 따른 차이, 실제 진료에서의 기준값을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 기존 알츠하이머 혈액검사 역시 단독으로 치매를 확진하는 도구가 아니라 증상과 인지기능검사, 병력, 뇌 영상검사 등을 종합해 해석해야 한다.
일상적인 건망증과 치매 증상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약속을 잠시 잊었다가 나중에 떠올리는 정도는 노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익숙한 길에서 길을 잃고, 돈 관리와 요리처럼 해오던 일을 수행하기 어려워진다면 평가가 필요하다. 기억력 외에도 말이 잘 나오지 않거나 판단력이 떨어지고 성격과 행동이 달라지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검사 결과 하나에 불안해하거나 자가진단하지 않는 것이다. 본인이나 가족의 인지 변화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면 증상이 언제부터 어떻게 달라졌는지 기록한 뒤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우선이다. 조기 평가는 치료 가능한 다른 원인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관리 계획을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