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수영장과 워터파크, 바닷가를 다녀온 뒤 귀가 먹먹하거나 간지럽고,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물이 들어가서 그런 것처럼 느껴지지만, 귀 안이 붓고 아프며 진물이나 냄새가 동반된다면 외이도염을 의심해야 한다. 외이도염은 귀 입구에서 고막까지 이어지는 통로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여름철 물놀이 후 자주 나타나는 귀 질환 중 하나다.

외이도는 얇은 피부로 덮인 좁은 통로다. 평소에는 귀지가 보호막 역할을 하고, 피부가 적절한 건조 상태를 유지하면서 외부 자극을 막는다. 하지만 수영장이나 바닷물, 샤워 후 물기가 귀 안에 오래 남으면 외이도 피부가 약해질 수 있다. 이 상태에서 세균이 증식하거나 면봉, 손가락, 이어폰 등으로 자극이 더해지면 염증이 쉽게 생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외이도염을 흔히 ‘수영자의 귀’라고 부르며, 귀 안에 물이 오래 남아 세균이 자라기 좋은 습한 환경이 만들어질 때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증상은 귀 안 가려움, 통증, 붉어짐, 부종, 진물이며, 귓불을 잡아당기거나 귀 앞쪽을 눌렀을 때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cdc.gov)

외이도염은 단순히 귀가 먹먹한 정도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염증이 진행되면 귀를 만질 때 아프고, 씹거나 말할 때 통증이 느껴지며, 귀 안이 꽉 찬 듯한 압박감이 생길 수 있다. 분비물이 나오거나 냄새가 나고, 귀가 막힌 듯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놀이 후 하루 이틀이 지나도 증상이 가라앉지 않거나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면 단순 물 고임으로만 보기 어렵다.

수영장 물 자체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물놀이 후 귀가 젖은 상태에서 면봉으로 깊게 파는 행동이 외이도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면봉은 귀 안 물기를 닦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귀지를 안쪽으로 밀어 넣거나 외이도 피부에 작은 상처를 만들 수 있다. 귀 안 피부가 긁히면 세균이 들어가기 쉬워지고, 염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어폰 사용도 주의해야 한다. 물놀이 후 귀 안이 충분히 마르기 전 커널형 이어폰을 오래 착용하면 통풍이 줄고 습기가 갇힐 수 있다. 여기에 땀과 피지가 더해지면 귀 안 환경이 더 습해진다. 평소 귀가 자주 가렵거나 외이도염이 반복되는 사람이라면 수영 후 바로 이어폰을 끼는 습관을 피하는 것이 좋다.

예방을 위해서는 물놀이 후 귀를 부드럽게 말리는 것이 중요하다. 귀 바깥쪽은 깨끗한 수건으로 닦고, 머리를 기울여 남은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할 수 있다. 귀 안으로 면봉을 깊게 넣는 대신, 바깥쪽만 가볍게 닦는 것이 안전하다. CDC도 수영 후 귀를 잘 말리고, 귀 안에 물이 남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외이도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안내한다. (cdc.gov)

귀 질환 병력이 있거나 고막 천공, 귀 수술 이력이 있는 사람은 임의로 귀 세정액이나 귀약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외이도염 예방용으로 쓰이는 귀 건조용 제품도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것은 아니다. 고막 상태를 모르는 상태에서 액체를 넣으면 통증이나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귀 통증이 있거나 진물이 나는 경우에는 약국 제품을 반복해서 쓰기보다 진료를 통해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어린이는 외이도염 증상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할 수 있다. 물놀이 후 귀를 자꾸 만지거나, 한쪽 귀를 베개에 대지 않으려 하고, 씻을 때 귀에 물이 닿으면 울거나, 소리를 잘 못 듣는 듯한 반응을 보이면 귀 상태를 살펴야 한다. 발열이 동반되거나 귀 주변이 붓고, 통증이 심해 잠을 못 잔다면 진료가 필요하다.

수영장 이용 습관도 중요하다. 물이 탁하거나 관리 상태가 불분명한 곳은 피하고, 수영 후에는 샤워와 함께 귀 주변을 잘 말려야 한다. 귀마개를 사용하는 사람은 제품을 깨끗하게 관리해야 하며, 젖은 귀마개를 반복 사용하면 오히려 귀 안 자극이 될 수 있다. 만성 외이도염이 있거나 귀지가 잘 막히는 사람은 물놀이 전후 관리법을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다.

외이도염은 대부분 적절히 치료하면 좋아질 수 있지만, 방치하면 통증이 심해지고 염증이 주변으로 번질 수 있다. 당뇨병 환자나 면역저하자는 귀 감염이 더 심각하게 진행할 수 있어 더 빠르게 확인해야 한다. 귀 통증, 분비물, 청력 저하, 심한 부종이 있다면 단순 물놀이 후 불편감으로 넘기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여름철 귀 건강은 물놀이를 줄이는 것보다 물놀이 후 관리를 잘하는 데서 시작된다. 귀를 깊게 파지 않고, 물기를 부드럽게 말리며, 통증과 분비물이 있으면 빠르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영장 다녀온 뒤 귀가 먹먹하고 아프다면 “물이 들어갔겠지”라고 넘기기보다 외이도염의 신호인지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