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실내 냉방이 길어지면 두통과 피로감, 목 불편감이 생겨 흔히 냉방병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고열과 기침, 숨가쁨이 함께 나타나고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면 단순한 냉방 피로나 감기로만 넘겨서는 안 됩니다. 특히 대형건물, 숙박시설, 목욕시설, 병원, 온천, 분수대처럼 물이 미세한 물방울 형태로 퍼질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된 뒤 증상이 생겼다면 레지오넬라증 가능성을 살펴야 합니다.

레지오넬라증은 레지오넬라균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질환입니다. 균은 자연의 물에도 존재할 수 있지만, 따뜻한 물이 고이거나 소독 관리가 부족한 건물 급수시설에서 증식하기 쉽습니다. 감염은 오염된 물을 마셔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균이 포함된 작은 물방울이 호흡기로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 간 전파는 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레지오넬라증은 크게 폐렴형과 독감형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폐렴형은 흔히 레지오넬라 폐렴으로 불리며, 노출 후 며칠이 지나 발열, 오한, 마른기침, 근육통, 두통, 전신 쇠약감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심해지면 호흡곤란과 의식 저하, 설사나 구역감 같은 위장관 증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반면 폰티악열로 불리는 독감형은 비교적 가볍게 지나갈 수 있지만, 증상만으로 초기에 구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50세 이상, 흡연자, 만성폐질환자, 당뇨병 환자, 신장질환자, 암 환자, 면역저하자는 더 주의해야 합니다. 같은 균에 노출돼도 건강한 사람은 가볍게 지나갈 수 있지만, 고위험군에서는 폐렴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습니다. 냉방이 강한 곳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냉방병이라고 단정하면 진단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진단은 증상과 노출 환경을 함께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최근 숙박시설이나 대형건물, 목욕탕, 수영장, 온천, 병원 등을 이용했는지, 오래 사용하지 않은 샤워기나 가습기를 사용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요하면 흉부 X선이나 CT로 폐렴 여부를 살피고, 소변 항원 검사, 객담 검사, 배양검사 등을 통해 원인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항생제 치료가 중심입니다. 레지오넬라 폐렴이 의심되면 증상이 가볍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의료진 판단에 따라 항생제를 사용하고, 호흡 상태와 전신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고열이 지속되거나 숨이 차고, 기침이 악화되며, 의식이 흐려지는 경우에는 지체하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예방을 위해서는 물이 고이는 시설의 관리가 중요합니다. 가정에서는 오래 사용하지 않은 샤워기와 수도꼭지를 사용하기 전 충분히 물을 흘려보내고, 가습기는 매일 물을 갈고 깨끗이 세척한 뒤 완전히 말려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설에서는 급수시설과 냉각탑, 온수 시스템의 청소와 소독, 수온 관리가 필요합니다.

레지오넬라증은 이름이 낯설지만 여름철 냉방 환경과 물 사용이 늘어나는 시기에 놓치기 쉬운 질환입니다. 감기처럼 시작해 폐렴으로 진행할 수 있는 만큼, 고열과 기침, 숨가쁨이 이어진다면 냉방병으로만 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고위험군은 증상이 시작될 때 빠르게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