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서 물은 체온 조절과 탈수 예방에 필수다. 따라서 “더운 날 맹물은 독”이라는 말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다. 평소 생활이나 짧은 야외활동에서는 시원한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기본이다. 다만 장시간 작업이나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린 사람이 갈증 이상으로 물만 급하게 들이켜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땀으로 수분과 나트륨이 함께 빠진 상태에서 많은 물이 들어오면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지나치게 묽어지는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도 심한 발한과 짧은 시간의 과도한 수분 섭취가 전해질 균형을 흔들 수 있다고 안내한다.
나트륨은 단순한 소금 성분이 아니라 세포 안팎의 수분 이동과 신경 전달, 근육 수축을 조절한다. 혈중 농도가 빠르게 떨어지면 물이 세포 안으로 이동해 부종이 생기며, 특히 뇌세포가 부으면 두통과 메스꺼움, 어지럼증, 무기력,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 상태가 심해지면 구토와 경련, 의식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단순히 더위를 먹은 것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손발이 붓거나 물을 계속 마셨는데도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픈 변화 역시 주의해야 한다.
예방의 핵심은 물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손실량에 맞춰 천천히 보충하는 데 있다. 필요한 양은 기온과 활동 강도, 체격,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가벼운 활동에서는 맹물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지만, 무더위 속에서 오랜 시간 일하거나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다면 식사와 간식, 전해질 음료 등을 통해 염분을 함께 보충할 수 있다. 이온음료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당 함량이 높은 제품도 있어 과음은 피해야 한다. 소금을 진하게 탄 물을 임의로 마시는 행동도 바람직하지 않다. 수분 보충만으로 버티지 말고 그늘이나 냉방 공간에서 쉬며 체온을 낮추는 조치도 병행해야 한다.
콩팥이나 심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 이뇨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수분과 나트륨을 조절하는 능력이 다를 수 있다. 갈증이 없는데도 정해진 양을 억지로 마시거나 반대로 물을 지나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 폭염 노출 뒤 심한 두통과 혼란, 경련, 의식 변화가 나타나면 즉시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며 의식이 흐린 사람에게 음료를 억지로 먹여서는 안 된다. 맹물 자체는 독이 아니라 생명 유지에 필요한 수분이다. 위험을 만드는 것은 땀의 손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섭취와 휴식 없는 폭염 노출이다.